미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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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산엔 도토리, 들엔 녹두, 바다엔 문어, 논엔 미나리가 있다'.

도토리묵·녹두로 만든 청포·문어 무침·미나리가 들어간 해물탕을 잔치음식으로 제공하면 뒷말과 뒤탈이 없다는 옛말이다.

봄을 알리는 미나리는 사철 나는 채소지만 요즘이 제철이다. 단오를 넘기면 억세져 맛이 떨어진다.

한방과 민간요법에서 미나리는 서민용 건강채소다. '콩쥐 팥쥐'에서 팥쥐 어머니가 콩쥐에게 겨울에 뜯어오도록 한 채소가 미나리였다.

미나리는 90% 이상이 물이다. 탄수화물은 4%, 단백질은 2% 정도. 열량은 생 것이 1백g당 16㎉, 삶은 것이 28㎉에 불과하므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훌륭하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맛이 달고 독이 없고 서늘한 채소'로 기술돼 있다. 또 입이 마르는 구갈증에 좋고, 정기(精氣)를 보강해주고 대·소변이 잘나오게 하며, 술을 먹고 난 다음 열독(熱毒)을 식혀주는 해독제로 여겼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부인과)은 "월경 불순·냉·대하·하혈이 있는 여성이 먹으면 효험이 있다"며 "이뇨(尿)작용이 있어 황달 치료에도 유용하고 아이들이 갑자기 열이 날 때도 데쳐 먹거나 즙을 내 먹으면 좋다"고 말했다.

한방에서는 또 장(腸)의 활동을 좋게 해 변비를 없앤다고 한다. 미나리에 든 식물섬유가 장의 내벽을 자극해 장 운동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민간에서는 독특한 향과 맛이 있는 미나리를 입맛이 없는 사람에게 식욕을 돋우고 활력을 주는데 썼다.

미나리는 흙탕물에서도 자라지만 미나리의 도관에서는 진흙이 발견되지 않고 미나리의 수분도 깨끗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미나리의 줄기를 먹고 뿌리는 버리는데 뿌리에도 독특한 향은 물론 영양분이 많으므로 깨끗이 다듬고 데쳐 나물로 먹는 것이 좋다.

한편 파슬리·셀러리·파·양파 등과 함께 강미(强味)채소에 속하는 미나리는 위를 자극하므로 소화성 궤양 환자에게는 오히려 해롭다.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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