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첼로의 농익은 균형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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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낭만주의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작곡가는 피아니스트 출신이었다. 그래서 피아노가 아닌 다른 악기를 위한 음악을 작곡하려면 동료 연주자의 조언과 협력이 필요했다. 무대에서 연주하기가 불가능하거나 악기의 특성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면 미완성곡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첼리스트 양성원(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가 코다이의 첼로 소나타 앨범에 이은 두번째 음반(EMI)을 냈다.

이 음반은 지난해 5월 캐나다 밴프 센터에서 녹음했으며, 1996년 이후 줄곧 콤비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문익주(서울대)교수와의 듀오다. 수록곡은 라흐마니노프와 쇼팽의 첼로 소나타.

두 작곡가가 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며, 이 곡들은 피아노 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낭만주의 작곡가의 첼로 음악이다. 코다이에 비해 대중적인 작곡가들이긴 하지만 접하기 어려운 레퍼토리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 음반의 백미(白眉)는 단연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다. 연주회는 물론 음반으로도 자주 접할 수 없는 레퍼토리인 데다 관현악을 방불케 하는 악상으로 단숨에 듣는 이를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다. 연주도 쇼팽의 소나타보다 훨씬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음역에 관계없이 '자기 목소리'로 노래를 만들어가는 정성어린 톤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즈'와 쇼팽의 '서주와 폴로네이즈'를 보너스 CD에 담아 마치 소나타로 꾸민 독주회가 끝난 후 두개의 앙코르곡을 듣는 기분이다.

양성원·문익주 듀오는 오는 4월 25일 호암아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g단조와 브람스 첼로 소나타 F장조를 연주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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