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자존심 구기는 꼴불견 네티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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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찬호가 짱이다.이치로는 개×밥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찬호 선수의 소속 팀인 텍사스 레인저스 홈페이지(texas.rangers.mlb.com/NASApp/mlb/tex/homepage/tex_homepage.jsp)의 게시판에 우리나라 사람이 익명으로 남긴 글이다.

레인저스의 홈페이지는 모두 영문으로 제작되었고, 영어 사용이 에티켓이다. 그러나 게시판에선 익명의 한글 문구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사진). 제목이 욕으로만 된 글도 많다. 박찬호 선수와 일본 선수의 실력 비교가 한·일 감정 싸움으로 번져 일본을 욕하는 말로 가득 채운 글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면 에티켓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데, 이젠 사이버 공간에서도 국가 이름에 먹칠하는 사례가 흔해진 것이다.

레인저스 외에 한국인 선수들이 활약하는 미국 프로야구 팀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들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어김없이 익명 뒤에 숨은 한국인들의 글이 많다.

지난해 12월 국내 개봉한 영화 '해리 포터'에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역으로 열연한 에마 왓슨은 11세의 앳된 소녀지만 수십개에 이르는 그의 팬페이지엔 어김없이 "I am Korean"으로 시작하여 "I love U"로 도배한 글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일부는 'sexy' 등 성적인 단어를 사용한 글도 눈에 띈다.

한 외국인이 "여기는 당신의 홈페이지가 아니다. 그러니 당신 나라 글로 쓰지 말라"고 레인저스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이 잊혀지질 않는다.

사이버 공간에서 'Korea'가 부끄러운 단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진영(본지 학생 명예기자·대전 대덕중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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