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시청자·전문가 '!느낌표'를 말한다 : 비판도 많았지만 '책읽는 사회'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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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요즘 출판가 화제는 단연 '느낌표 현상'이다. MBC 오락프로그램인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코너에서 선정된 도서가 서점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책을 멀리해 온 이들을 새로운 독자층으로 끌어들였다"는 칭찬과 함께 "TV의 '힘 보여주기'를 통해 독서의 편식화를 심화시킨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최근엔 네번째 책으로 인문과학서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최순우, 학고재)를 선정,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김영희 PD를 만났다. 문학평론가이자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의 공동대표인 도정일(경희대)교수와 이세원 학생(인천 부광고 2년)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쌀집 아저씨'란 별명으로 유명한 그 PD시군요. '이경규가 간다''칭찬합시다' 등 오락과 공익성을 접목한 프로그램들을 계속 히트시켜 왔는데 '!느낌표'도 사회적 파장이 그 못지 않습니다.

▶김영희=특정 도서의 판매량과 직결되고 있어 부담이 더 큽니다. 처음 두 권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때만 해도 그저 기분이 좋아 프로그램을 통해 자랑까지 했는데, 세번째 책까지 1위가 된 걸 보자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한 권을 집중 소개하던 방식을 조금씩 바꾸려고 합니다.

▶이세원=그런데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시청자로서 그걸 분명히 밝혀주지 않는 게 제일 불만이었어요.

▶사회=출판사들의 로비가 치열하다는 소문도 있던데요.

▶도정일=우리 단체가 각계 도서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5종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방송국의 2차 선정위원 15명이 최종 선택합니다. 누가 선정위원인지 서로간에도 모르게 하고 있죠. 기준은 김PD가 요구한 게 있어요. 중·고생에서부터 할머니·할아버지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권해 달라더군요.

▶김영희=독서문화란 책을 읽는 행위로 끝나선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온 가족, 나아가 온 사회가 책을 화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무엇보다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부탁드렸어요.

▶도정일=학생은 그중에 읽어본 책이 있나요? 책을 읽을 시간은 있어요?

▶이세원=자율학습·학원수강 등으로 책 읽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더구나 제 경우엔 철학과 진학을 목표로 세워놓은 독서계획이 있기 때문에 그 선정도서들은 안 읽었어요.

▶도정일=대단한 학생이네.(웃음) 사실 시민 대다수가 저렇게 스스로 책을 선택해 읽는 단계가 빨리 와야 할텐데 말입니다.

▶사회=그렇기 때문에 한 달에 한 권만 선정·소개하는 방식에 더욱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전형적인 자본주의적 발상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김영희=한 달에 한 권 읽기도 벅차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시간도 없고, 책 읽는 속도도 느리고…. 물론 방식은 좀 다르지만 미국의 시카고에선 1년 내내 한 권의 책만 캠페인 하지 않습니까.

▶사회=하긴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독서량이 한 달에 1.6권이더군요.

▶도정일=출판계도 보다 거시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선정도서들로 인한 인쇄나 유통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은데 그건 출판계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우리 단체도 '독서문화운동'을 하려는 것이지 '출판부흥운동'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건 한 부분이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지식정보에 깨어 있는 시민이 되자는 겁니다.

▶이세원=책을 좀 희화화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프로그램 때문에 독서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학교도서관만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책들을 더 많이 읽을 거예요.

▶김영희=보세요. 역시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은 의사표현도 잘 한다니까요.(웃음) "책은 심장"-나쁜 피를 걸러서 인간의 정서와 정신을 맑게 해준다는 뜻이래요-"독서는 실패하지 않는 투자"-1년에 2백만원어치 책값을 아무 말 없이 대준 남편이 고맙다던 한 주부의 말입니다- 등도 길거리 인터뷰에서 나온 말들입니다. 멋지잖아요.

▶사회=오락프로그램으로서의 한계는 있겠지만 지적된 문제점들을 충분히 참고해 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사회·정리=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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