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준다고 미분양 주택 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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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6만가구에 육박한 가운데 주요 아파트 분양 현장은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 썰렁한 모습이다.[중앙포토]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임대용으로 사들이는 사업자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주택경기가 지나치게 가라앉아 내수 침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29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주택경기 활성화대책이나 다름없는 미분양 해소대책을 다각도로 검토할 정도로 최근의 주택건설 경기침체가 심각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주택업체 대표들은 지난 6일 이해찬 국무총리가 주재한 간담회에서도 ▶투기과열지구 선별적 해제 또는 전면 해제▶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종합부동산세 시행 연기▶관리지역 내 용적률 상향 조정 및 도심지 고밀도 개발 허용 등을 건의했다. 정부 정책이 주택건설 경기를 짓누르고 있다는 주장들이어서 정부도 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정부는 일단 세금 면제나 감면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임대사업용의 경우 전용면적 18평 이하에 대해서는 취득.등록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또 보유세는 전용면적 12평 이하에 대해서만 면제받고 양도세는 지난해 10월말 이후 등록한 신규사업자의 경우 5가구 이상, 10년 이상 임대해야만 1가구 3주택 중과세(60%)도 피할 수 있다.

이 같은 미분양주택 임대사업 활용 방안은 외환위기 직후 미분양 아파트 해소책과 닮았다. 정부가 오래된 카드를 다시 꺼내든 셈이다. 정부는 1998년 2월 당시의 미분양 주택을 그해 말까지 취득해 5년 이상 임대한 뒤 팔면 양도세를 깎아줬다.

취득세는 18~25.7평 규모 주택에 대해서도 25~50% 감면해 주다가 지난해 말 감면제 자체를 폐지했다.

이 같은 방안이 미분양 주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분양 주택 대부분이 지방에 분포돼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입지가 나쁘면 임차인을 쉽게 구할 수 없고 임대료도 낮게 마련이다.

지금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임대수익률이 월평균 1%도 안 돼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업자가 많지 않다.

또 역전세난(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임대사업을 할 만한 분위기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세제혜택 등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다 주택시장이 과열되면 곧바로 제도를 변경한 적도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의문이다.

한편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10월 말 현재 미분양 아파트는 총 5만8905가구로 전달의 5만2674가구에 비해 11.8%(6231가구)나 증가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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