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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의 유학생 교류 이제는 양보다 질이 더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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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중민간우호포럼에 참석한 내외 귀빈단. 좌로부터 허자정 인민망 총재, 쑹언레이 중국국제우호연락회 부비서장, 리자오싱 중국국제우호연락회 회장, 이한동 한중문화협회 명예총재, 이영릴 한중문화협회 총재, 윤영관 서울대 교수, 명노승 한중문화협회 법인이사회 이사장.


▲축사를 하고 있는 리자오싱 중국우호연락회 회장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


▲재한 중국유학생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리자오싱 회장

한중문화협회(이영일 총재)와 중국국제우호연락회(회장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전외교부장)이 주최한 ‘제2회 한·중 민간우호포럼’이 14일 오전 서울 국립국제교육원 대강당에서 양국 대표단과 재한 중국유학생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중 양국의 민간교류와 청소년 교류의 중요성에 대한 이한동 전국무총리와 리자오싱 회장의 축사에 이어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과 쑹언레이(宋恩壘) 중국국제우호연락회 부비서장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이한동 협회 명예총재는 축사에서 “중국은 한가정 한자녀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한국에 와 있는 8만여 유학생들은 모두가 중국의 왕자며 공주인 셈”이라며 “이들이 한국 유학에 성공해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양국 우호 증진의 첩경”이라고 말했다. 리자오싱 회장은 “문화는 양국 인민의 영혼을 읽을 수 있는 뿌리”라며 “유가 사상·평화 애호 사상과 같이 양국의 공통 문화를 바탕으로 중한 우호 관계의 새로운 단계를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윤영관 전 장관은 ‘세계정세의 변화와 한중 민간외교’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천안함 사건과 같은 반인륜적 사건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양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 안보 영역에서의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한·중관계의 질적인 발전은 한계를 안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중국측의 협력을 주문했다.

쑹언레이 부비서장은 기조 연설에서 몇 년 전부터 양국 민간 사이에서 불거진 갈등요인을 지적했다. “양국 관계가 발전하면서 민간 차원에서 ▶민족주의 감정, ▶우발적 사건으로 인한 대립, ▶역사·문화 면에서의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민간단체가 양국 교류의 연결고리가 되어 양국의 미래를 책임지고 나갈 청소년 교류 발전에 지금보다 더욱 힘써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와 토론은 한중 청소년·유학생·사회문화 교류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전성흥(全聖興)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한·중관계 양상이 바뀌었다며 “현재 정부 차원의 한·중관계와 민간 차원의 한·중관계라는 ‘두 개의 한·중관계’가 진행 중”으로 “양국 정부 간 관계와 별개로 양국 민간 관계의 기류가 형성될 수 있으며, 이것이 역으로 양국 정부 간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중 구조를 띄고 있다”고 현 상황을 해석했다. 특히 전 교수는 유교와 같은 한중 양국 문화의 동질성이 양국 관계의 촉진 요인에서 벗어나 오히려 장애 요인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양국간 갈등이 대부분 상호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아닌 상호 오해 및 이해 부족에 따른 불신과 불만이기 때문에 사전에 대비하고 노력하면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허자정(何加正) 중국 인민망 총재는 “인터넷과 언론 매체의 역할과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언론사가 눈 앞의 이익만을 따르거나, 객관적 보도라는 명목으로 양국관계의 문제점을 이슈화 하는 것은 양국 관계 발전에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양국간 교류 확대라는 큰 흐름에 맞는 보도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관잉(李冠營) 중국 산둥성 국제우호연락회 회장은 “양국간 교류 협정에 따른 국비 유학생이 한 해 10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 뒤 “양국간 교류 현실에 맞춰 국비 유학생 수를 대폭 늘리고 기존 유학생 관리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충이(張忠義) 중국인민화보사 편집인은 양국 청소년 교류와 관련해 최근 상하이 엑스포 한국주간에 슈퍼주니어 공연 과정에서 발생한 불상사가 6·9 성전이라는 명칭으로 비화된 최근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제 한중 양국의 젊은이들은 내 것만이 최고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양국 모두 과거의 역사를 존중하고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본 최진석(崔珍晳)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총평에서 “이제 양국 유학생 교류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누가 더 훌륭한 학생을 배출했냐는 것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가 됐다”고 정리했다. 즉, 양국 유학생 가운데 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배출될 수 있도록 양질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마친 포럼 참석자들은 한중문화협회가 준비한 가회동 한식집으로 자리를 옮겨 한정식으로 식사를 하며 포럼의 성공을 축하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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