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없애는 기술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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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인천공항은 안개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개항 이후 안개 때문에 회항하거나 인근 공항에 착륙한 것이 1백41편이며, 월드컵 관광객이 몰리는 5~6월에는 전체의 24%인 34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부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 등 도로 여러 곳도 상습적인 짙은 안개로 운전자들이 골탕을 먹긴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안개를 인공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안개를 제거하면 공항이나 도로의 신뢰도가 높아지며, 인명 피해 등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안개 제거장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영국·이탈리아·러시아 등에서 개발한 기술을 놓고 어느 것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지를 검토 중이다.

구름은 높은 하늘에 주로 떠 있지만 안개는 땅 표면에 깔려 있다는 것이 다르다. 그 두께도 수십m에서 수백m에 이르며, 바다안개(해무)·내륙안개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인천공항의 안개는 해무로 2월에 시작해 7월까지 많이 발생하며,앞을 볼 수 있는 거리가 수십~수백m이다.

안개는 작은 물방울이 모여 있는 것으로,바람이 불지 않고 위·아래 공기가 잘 섞이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한다.

안개 제거 기술 개발의 역사는 오래됐다. 1930년 네덜란드 왕립연구소가 드라이아이스로 안개를 없애는 실험을 했으며, 그 뒤 여러 공항에서 실험했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베로나공항에서 수소원자결합가속기라는 첨단 기술로 안개를 제거하는 시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용이 많이 들어 실용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63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치도세 공항은 당시 3억엔(약 30억원)을 들여 거대한 가스버너 1백개를 활주로에 설치했다. 안개가 끼면 이 버너에 일제히 불을 붙여 공기중의 습기를 제거하는 한편 위·아래 공기가 순환되도록 했다. 안개 제거는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최근엔 아주 작은 드라이아이스 알갱이를 안개 속에 뿌려 비가 돼 내리도록 하는 방법도 활발하게 실험되고 있다. 드라이아이스 알갱이가 습기를 빨아들여 큰 물방울이 돼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인공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원리와 같다. 이 방법은 지난해 봄 가뭄 때 기상청의 인공강우 실험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간기업이 러시아 기술인 '이온발생기'를 도입해 안개를 제거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고압의 전자장을 걸어 발생한 이온을 안개 속에 뿌리면 그 이온이 안개를 물방울로 뭉치게 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개 제거 기술은 이외에 헬리콥터나 제트엔진으로 강제로 바람이 일게 해 안개가 날아가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부경대 이동인 교수는 "국내에서는 안개 제거 기술이 거의 연구되지 않고 있다"며 "공항·도로 등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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