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처갓집 식구 만난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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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할리우드 톱스타 니컬러스 케이지(40)와 한국인 부인 앨리스 김(19)이 전통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넉달 전 결혼한 케이지는 처가 방문과 영화 홍보 등을 위해 10일 방한했다. [사진=김예진 한복 제공]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40)는 서툰 한국어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을 방문한 다른 해외 유명인과 조금도 다를 것 없는 인사였다. 하지만 청중은 여느 때와 달리 "와-"하고 함성으로 화답을 했다. 그가 한국인과 결혼한 덕분에 생겨난 정겨운 환영 장면이었다.

넉 달 전 결혼한 부인 앨리스 김(19)과 함께 방한한 그는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했다. 영화 '내셔널 트레져'에 대한 설명회를 겸한 행사였다. 김씨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케이지는 아내의 조국에 대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했다.

"한국 음식을 알기 전까지는 야채를 즐기는 법을 몰랐다고 말할 수 있다. 야채 요리 중에서 특히 김치는 심리적 균형을 잡아주는 좋은 음식이다. 한국인 아내를 맞아 또 하나 배운 것은 부모와 어른을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나는 한국인의 그러한 전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한국인들이 전반적으로 옷을 잘 입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따듯하다"고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표현했다. 그리고 "한국영화 '올드 보이'는 강렬한 느낌을 선사했다. 미국 영화사에서 리메이크(줄거리를 살려 새로 찍는 것)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만들어진다면 주인공 오대수 역을 맡고 싶다"며 한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 케이지가 우리 또는 새장의 뜻을 지녔다는 것과 '올드 보이'의 주인공 오대수가 줄곧 방에 갇혀 있었다는 점에 빗대 "감금되는 역에 자신이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부인 자랑을 잊지 않았다. "아내는 강인하고 독립적인 정신을 지녔다. 대화를 통해 많이 배운다. 이번에 대가족인 처가 식구들을 만났는데 모두 좋은 분들이었다. 이제 한국은 부분적으로 나의 고향이 됐다."

결혼 생활과 한국에 대한 인상에 질문이 집중돼 그는 새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는 좀처럼 얻지 못했다. 대신 그와 동행한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가 "역사와 모험 그리고 오락이 함께 있어 온 가족이 즐기기에 좋은 영화다. 어른들은 특히 보물에 호기심을 갖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지가 200여년 전 미국의 독립운동가들이 지하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는 탐험가로 등장하는 '내셔널 트레져'는 3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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