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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자기업들 ‘서바이벌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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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제 중국의 인건비 상승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야오젠(姚堅) 상무부 대변인은 14일 “외자기업의 임금 수준이 곧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인 임금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자기업은 저임금 생산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키기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섰다. 특히,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과 중부 창장(長江)삼각주 일대 산업 현장의 연쇄 파업으로 임금 상승 압력에 직면한 외자기업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일본 혼다자동차 자회사인 광둥성 중산(中山)시 혼다록 공장은 파업이 장기화되자 최근 대체근로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혼다록이 대체근로자들에게 제시한 조건은 기본급 11%, 식비·주거 수당 33% 인상이다. 파업 중인 근로자들이 요구한 임금 100% 인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단순 조립 생산직에게는 매력적인 수준이다.

광둥성 선전의 한 전자부품 공장 임원은 “파업으로 조업이 차질을 빚고 임금 상승으로 제조원가가 높아진다면 외자기업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저임금 대체인력으로 버티다가 공장을 옮기는 것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홍콩산업연합회(FHKI)는 최근 홍콩 투자기업 8000곳 가운데 37.3%가 주장 삼각주에서 임금 수준이 아직 싼 내륙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조업환경 개선을 주장하는 근로자들의 잇따른 자살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대만계 기업 팍스콘은 선전 지역의 생산 설비 일부를 톈진(天津)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홍콩 명보(明報)가 13일 보도했다.

팍스콘이 이전을 검토하는 지역엔 톈진뿐 아니라 우한·옌타이·충칭도 포함돼 있다. 또 일부 공장은 대만으로 돌아가거나 인도·베트남 등 제3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대만 신문들이 보도했다.

홍콩의 금융업계에선 팍스콘을 비롯한 외자기업들이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공장 이전을 할 수는 있지만 제3국으로 공장을 옮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명보는 8개월 전부터 팍스콘 내부에서 공장 이전론이 급물살을 타게 된 이유는 ▶쓰촨(四川)·장쑤(江蘇)·톈진의 대규모 공단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최저 임금이 월 900위안대에 머물러 있으며 생산직 노동력도 풍부하다는 점을 꼽았다.  

홍콩= 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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