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베 도레이 상무 “한국, 미래 비전 강하고…일본은 목표달성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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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목표 설정의 한국 기업, ‘힛다쓰(必達·반드시 달성한다는 뜻)’의 일본 기업-.

다나베 야스히코(49·사진) 도레이첨단소재 상무가 정의한 양국 기업의 특징이다. “한국 기업은 다소 높은 목표를 세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지만, 일본 기업은 목표 달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기업은 철저한 분석으로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이지만, 때론 주객이 전도돼 분석이 목적이 돼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 대해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강하지만, 목표의 현실성이 떨어질 때도 있는 것 같더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의 글로벌 종합화학기업인 도레이에서 20년 넘게 일하다 2008년 한국의 도레이첨단소재에 왔다. 도레이첨단소재는 1999년 한·일 합작회사로 출발해 2008년 일본 도레이의 100% 자회사가 된 화학·소재 기업이다. 사장도 한국인(이영관 사장)이 맡고 있다. 다나베 상무는 “의사결정 방식에서도 한·일 기업의 차이가 있더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은 톱다운(하향식), 일본 기업은 바텀업(상향식) 방식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기업은 투자 결정 등이 굉장히 빠르게 이뤄진다”며 “이 점은 일본 기업이 배울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 제어 수단이 적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았다. 반대로 “일본 기업은 단계를 거치며 자료 수집과 회의를 거듭하고, 중간에 수정될 경우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반복한다”고 했다. 장점은 신중함, 단점은 느린 대응 속도다.

영업에 있어서는 서구 기업에 비해 ‘관계’를 중시하는 점은 공통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한국에선 개인과 개인의 인맥이, 일본에선 회사와 회사의 관계가 더 중시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에선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회사를 차린 사람이 기존 인맥을 이용해 성공하는 경우를 봤지만, 일본에선 아무리 우수한 사람도 쉽진 않다”는 것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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