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배운 구단 운영 국내 프로축구에 접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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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해 7월 프로축구 전북 현대 구단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최만희(46·사진)감독을 경질했을 때 많은 축구인들이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최전감독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구단)의 입장에서 내린 당연한 조치"라며 물러났다.

한달 후 네덜란드로 연수를 떠났던 최전감독은 지난해 말 귀국, 광주 월드컵경기장의 베뉴 코디네이터(경기장 운영담당관)로 변신한데 이어 지난 11일 부산 아이콘스의 부단장으로 프로축구 무대에 돌아왔다.

8개월여의 '무적(無籍)'생활을 마감한 최부단장의 표정에서 기대감만 읽을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김호곤 부산 감독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그 문제로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최부단장은 "전북에 있을 때 같은 팀에 있던 축구계 선배와의 관계 설정이 어려웠다. 그러다 그 분이 내 자리를 맡고 내가 떨려났다. 그때 심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고 단언했다.

최부단장은 자신을 '김감독 보좌역'이라고 규정한 뒤 "선수 스카우트와 구단의 마케팅에 관한 일을 맡게 된다. 선수단 입장을 잘 아는 감독 출신인 만큼 구단과 선수단을 잇는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나 김감독의 목표 역시 '좋은 팀 만들기'뿐이라고 했다.

환갑을 넘긴 감독들이 많은 프로축구계를 감안한다면 최부단장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데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의 생각은 좀 달랐다.

"경기인 출신의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는 입장이다. 내가 잘 해야 경기인 출신의 진로가 코치·감독에 국한되지 않고 넓어질 수 있다. 이제 막 새로운 자리를 맡았는데 다른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지난해 유럽에 머무는 동안 최부단장은 네덜란드 1부리그팀인 아약스와 헤렌빈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그동안 그는 한국 프로축구에 비해 잘 갖춰진 훈련·마케팅 시스템을 보며 적잖은 '감동'을 받았고 부산 구단에 접목시켜 보겠다고 했다.

최부단장은 "헤렌빈 구단의 경우 연고지의 인구가 2만5천명밖에 안된다. 하지만 구단이 연고지의 소규모 기업 다수로부터 후원을 받고, 팬들은 스폰서 기업을 애용하고, 구단은 팬들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로 이기는 게임을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이런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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