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앙상블 '실내악의 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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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실내악 전용홀로 유명한

런던 위그모어홀(5백50석)에선

거의 매일 저녁 음악회가

열린다. 런치 타임 콘서트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와 커피 타임

콘서트(매주 일요일 오전 11시30분)

가 열리는 날이나 주말이면

하루 두 차례는 보통이다.

이달에도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보로딘 4중주단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이곳

무대에 선다. 하루 걸러

2~3회의 시리즈 공연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관공연은

없고 1백% 기획공연이다.

'서울의 위그모어홀'을 표방한

호암아트홀이 오는 29일
서울바로크합주단(리더 김민)의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올해 시즌에 돌입한다.

지난 1월초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신년음악회로

공식 개관했으나 조명과

음향 공사를 보완하느라 후속타

가 3개월 정도 늦춰진 것이다.

2002 기획공연 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원주시향(지휘 박영민)이 펼치는 모차르트 시리즈다. 모차르트의 대표적인 교향곡 8곡과 피아노 협주곡 4곡을 4월 11일부터 올해말까지 4회에 걸쳐 연주하는 것. 4명의 중견 피아니스트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100% 기획공연'야심

지휘자 금난새씨가 4월 11일부터 4개월간(6회) 목요일 오전 11시에 진행하는 '굿모닝 클래식'도 이색 무대다. 80년대말 코리안심포니가 주부를 대상으로 금오(午)음악회를 시도한 이래 '마티니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닝 커피 한 잔을 나누면서 해설을 곁들인 실내악을 감상하는 무대다. 주부들이 공연 후 점심 계모임이나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한 '맞춤 공연'이다.

호암아트홀은 연간 1백30여회 공연의 1백%를 기획공연으로 꾸미고 남는 기간은 연습이나 녹음 장소로 활용할 방침이다. 2~3회의 무대 리허설로 충분한 연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늦어도 오는 10월 중순까지는 내년 시즌의 기획공연을 최종 확정, 홍보에 들어갈 계획이며 연습장소와 주무대를 호암아트홀로 삼는 상주(常住)실내악단의 영입도 검토 중이다.

85년 5월 중형 다목적홀로 문을 연 호암아트홀은 개관 이후 라살르 현악4중주단,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안트리오 등이 화려한 무대를 꾸몄다. 하지만 최근까지 대관 위주로 흐르다보니 볼만한 공연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호암아트홀은 지난해 4월 개·보수 공사로 객석을 8백66석에서 6백40석으로 줄였다. 건물 소유주인 삼성생명은 2003년까지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대표 정재옥)에 위탁경영을 맡기는 대신 연간 5억원(대관료 1억3천만원 포함)의 제작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설 유지비용도 따로 삼성생명이 부담한다.1백% 기획공연으로 채운다는 원칙 하에 수준 높은 대관공연의 경우는 공동 기획으로 수용할 방침이다.

常住악단 영입도 검토

◇실내악 전용홀

가까운 일본에서 실내악 전용홀 건축붐이 일어난 것은 1980년대 후반. 도쿄(東京)에만도 카잘스홀(5백11석)을 시작으로 오지홀(3백15석)·기오이홀(8백석)·도판홀(4백8석)·하마리큐 아사히홀(5백52석)·쓰다(田)홀(4백90석) 등 5백석 내외의 실내악 전용홀이 들어섰다.

국내에선 슈퍼스타급 연주자의 독주회가 아닌 다음에야 실내악을 즐기는 청중은 다른 장르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3천6백석)이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천6백석)에서 실내악 공연이 열리면 썰렁한 객석에다 넓은 공간 때문에 음악이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정작 실내악 매니어들까지도 실내악 공연을 외면해온 것이다. 영산아트홀(7백10석)·금호아트홀(3백15석)이 있지만 대부분 대관공연이거나 독주회 중심으로 꾸며지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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