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읽히는 재즈의 참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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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재즈 음악 입문서 『그 남자의 재즈 일기』는 '재즈 초짜'를 위한 책은 아니다. '재즈 맛을 어느 정도 알기 시작한 사람'을 위한 가이드북으로 꾸며졌는데,그건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재즈를 "천박한 음악"이라고 규정했던 미학자 아도르노의 반세기 전 발언과 달리 재즈는 이미 일상의 음악으로 친숙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섹스 앤 시티'를 포함해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음악도 재즈풍으로 넘쳐나고, 가수 이소라·임희숙의 음악도 그렇다.

매니어층을 넘어 일상에 스며든 것이 이 대중음악인데, 저자는 뜻밖의 서술 방식을 취했다. 2년여 기간 동안에 쓴 재즈 일기를 공개해버린 것이다. 단 일기체는 얼개일 뿐 실은 픽션으로 꾸며졌다. 음반 평론가 활동 탓인지 모자라지 않는 글솜씨에 힘입어 신간은 클래식 정보도 담긴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김갑수 지음·풀빛미디어), 일목요연한 정리가 돋보이는 『재즈 총론』(마크 그라이들리 지음·삼호미디어) 등의 읽을거리와 또 다르게 다가온다.

재즈의 기원부터 시작하는 연대기적 서술이나 이론서 형식과 달리 저자 황덕호의 일기체 재즈 이야기는 "달콤하면서도 약간 느슨한 맛"의 재즈에 관한 유용한 정보로 다가온다. 매니어적 취향을 고집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저자의 안목 때문에 이 책 한권으로 재즈를 뗀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듯 싶다. 서술은 이렇다.2년 전 저자는 서울 인사동에 재즈 음반점 '장수풍뎅이'를 개업한다."일찍이 삐딱선 타고 한량기질을 보였던"사촌형에게 물려받은 가게인데,'재즈 초짜' 가게주인은 손님들과의 거래 속에서 외려 재즈의 맛을 하나 하나 깨치게 된다.

거기까지의 과정이 첫 권이다.부제가 '재즈 초짜, 어느날 리듬을 타다'로 된 것도 그렇다. 보름전 나왔던 책에 뒤이은 제2권 부제는 '재즈 초짜, 나만의 명반에 취하다'. 즉 나름대로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정도의 역량을 가져 수집하게 된 명반의 감상 포인트와 정보를 서술했다. 비밥·프리·퓨전에 이르는 복잡한 재즈의 갈래에 대해서도 쉽게 설명을 해준다.

조우석 기자

NOTE

『그 남자의 재즈 일기』제1권은 현재 인터넷 서점들인 예스24, 알라딘 등의 예술분야 베스트셀러로 성큼 올랐다고 한다. 인터넷 이용 계층들인 20대와 30대 전후의 연령층과 정확하게 맞는 책이 이 책일 게다. 혹시 당신이 40대 이상이고, 게다가 재즈치(痴)라고? 그렇다면 젊은 감각을 공부하기 위한 책으로 이 책을 접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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