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시男'은 셔츠와 타이로 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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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퇴근 시간 도심의 빌딩 숲 사이는 무채색의 향연이다.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직장 남성들이 무리져 나오는 모습은 우중충한 검정색·회색·감색 일색.

상대방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줘야 하는 직장 생활에선 개성보다 단정함이 우선하게 마련이고 자연히 옷차림도 비슷비슷해진다. 통일성과 일체감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직장 풍토도 비슷비슷한 옷차림에 한 몫을 한다.

모두 비슷한 양복 차림에선 그나마 와이셔츠와 넥타이가 유일한 멋내기 포인트다.

일명 V존이라고 불리는 가슴 부분은 넥타이·양복·와이셔츠의 세가지 색상이 어울리면서 옷 입은 사람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다. 가장 무난한 옷입기는 비슷한 계열의 색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 하지만 무난하고 단정하기만 한 패션은 심심하다. 가끔은 파격적인 색상으로 주위의 시선을 받을 필요가 있다.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 코디네이트과 이시연 교수는 "올 봄엔 분홍색 줄무늬 와이셔츠와 보라색 넥타이를 입어 보자"고 제안했다.

지난해까지 큰 인기를 끌던 푸른색 와이셔츠 열기가 조금 가라앉으면서 최근엔 보라색과 분홍색 등 붉은색 계열의 와이셔츠가 늘어났다. 분홍색과 함께 초록색과 베이지색도 뜨는 색깔로 꼽힌다.

줄무늬나 체크무늬의 와이셔츠가 늘어난 것도 이전과 다른 점이다. 여기에 단색의 넥타이를 매면 단정한 느낌을, 사선이나 줄무늬 넥타이를 매면 역동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다.

물론 와이셔츠를 선택할 땐 유행 색상보다 자신의 얼굴 색을 먼저 따져야 한다.

얼굴이 검은 편이라면 분홍색 등 붉은 계열의 와이셔츠를 피하는 게 좋다. 얼굴이 흰 사람이 푸른색 셔츠를 입으면 더 창백해 보인다.

다음은 전문가들에게 들어본 양복 색깔에 따른 셔츠와 타이 연출법.

▶회색 정장과 보라색 셔츠=무채색인 회색은 모든 색깔의 셔츠와 타이에 무난하게 어울린다.

회색 양복에 푸른색이나 흰색 계열의 와이셔츠라면 단정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화사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요즘 유행하는 보라색이나 분홍색 셔츠를 활용해 보자. 이때 넥타이는 와이셔츠보다 짙은 보라색이나 베이지색이 좋다.

흰색 와이셔츠에 푸른색 넥타이는 기본. 빨간색 넥타이로 생동감을 주는 것도 괜찮다.

▶베이지색 정장과 하늘색 셔츠=웬만한 멋쟁이가 아니라면 베이지색 양복을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다. 가장 안전한 코디법은 베이지색 양복과 아이보리색 와이셔츠, 그리고 갈색 넥타이.

여기에 조금 멋을 부린다면 푸른색 계열의 셔츠와 비슷한 색상의 푸른색 넥타이를 선택해 보자. 베이지색 재킷에 보라색 셔츠도 예상 밖의 조화를 이룬다.

가끔 베이지색 양복을 입는다는 제일모직의 임명해 차장은 "갈색 정장을 입을 땐 베이지·오렌지·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와이셔츠는 흰색을 선택한다"고 귀띔한다. 베이지색 양복에 검정 구두는 차라리 안 신은 것보다 못하다. 베이지색 양복엔 꼭 갈색 구두와 양말을 신어야 한다.

▶감색 정장과 노란색 넥타이=단정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는 감색 양복. 여기에 흰색 셔츠와 푸른색 타이를 매면 정말 깔끔해 보인다.

조금 더 센스있는 옷차림을 위해선 노란색 계통의 넥타이를 활용할 수 있다. 제일모직 '갤럭시 이그제큐티브' 디자이너 신민정씨가 제안한 감색 양복 코디법은 푸른색의 와이셔츠와 함께 입는 노란색 넥타이다. 신씨는 "단순한 무지 와이셔츠보다 옅은 줄무늬가 있는 푸른색의 와이셔츠와 굵은 사선 무늬가 있는 노란색 넥타이로 멋쟁이가 돼 보자"고 제안했다.

▶검정색 정장에 분홍색 셔츠=최근 유행하는 검정색 양복은 보라색이나 분홍색 줄무늬가 살짝 들어가 있는 스타일이다. 양복에 줄무늬가 있을 경우 와이셔츠는 줄무늬의 색상에 맞추는 게 원칙. 줄무늬가 보라색이라면 와이셔츠도 보라색을 선택하고 붉은 색 계열의 넥타이로 화사한 느낌을 살린다. 회색 줄무늬가 있는 검정 양복이라면 와이셔츠도 회색이나 흰색을 선택하고 넥타이는 화사한 색으로 포인트를 준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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