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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선진시장 25강의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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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MSCI가 한국을 그리스처럼 선진국 지수로 승격시킬지는 22일 판가름 난다. 현재 MSCI 선진국 지수에는 24개국이 들어 있다. 한국은 지난해 6월 24강 진출에 실패한 뒤(당시 이스라엘이 승격했다) 다시 예선을 치르는 중이다. 선진국 시장으로 올라가면 안정적인 투자 매력이 있다는 보증서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큰손들의 투자 리스트 윗부분에는 선진시장이 늘 적혀 있다. 한국이 이 리스트에 오르면 최대 28조원의 투자자금이 들어올 것이란 기대는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지금, 전망은 엇갈린다. 비관론도 만만찮다. 그 뿌리는 지난해 실패했을 때와 사정이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당시 MSCI는 해외 원화 거래 자유화, 외국인 투자등록제 폐지, 주식시장 데이터 지적재산권 해제를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도 이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선진국 지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들어가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24강 면면을 뜯어보자. 남유럽의 부실덩어리인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는 모두 고급 의자에 앉아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손 벌리는 국가와 2700억 달러 이상 외환보유액을 쌓은 나라 중 어디가 더 선진시장인가.

한국 증시의 시가 총액은 약 4016억 달러로 세계 13위다.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3%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비교도 안 되는 0.12~0.13% 수준이다. MSCI와 경쟁하는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지수는 2008년에 한국을 선진 25강에 편입시켰다.

MSCI가 한국을 특별히 더 깐깐히 따지는지, 차별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나라 빚에 신음하는 남유럽 국가와 한국을 평가하는 잣대가 다른 것 같아 유감스럽다. 그리스는 MSCI 선진지수에 들어간 뒤 오히려 주가가 더 하락했다. MSCI의 공신력에 의문을 품는 시각이 번진 이유다. 월드컵에서 심판이 공정하지 않다면 대회의 권위는 추락하게 된다. MSCI의 권위는 공정한 평가에서 나온다. 물론 한국 정부도 MSCI가 요구하는 내용을 더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만의 사정을 들이대며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하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축구에 이은 연이은 승전보가 22일에도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김종윤 경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