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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장 찬물 끼얹던 공급물량 부담 사라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대세상승기에는 통상 기업공개와 유상증자가 잇따랐고 이로 인해 주주들이 큰 손해를 봤다.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업의 실적이라기보다는 공급물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급물량 증가는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2000년 주가가 폭락한 것은 1999년 한햇동안 41조원 가량의 주식이 신규로 공급돼 공급 과잉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주가를 낙관하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수급여건이 예전과 다를 것이란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제 더이상 과거처럼 주가상승→공급물량 증가→수급악화→주가폭락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넘었던 89년 한햇동안 모두 14조7천억원어치의 주식이 공급됐다. 또 99년도에는 사상최대 규모인 41조원어치가 쏟아졌다.

<그래프 참조>

그러나 지난해에는 공급물량이 12조1천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더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예전같지 않은데다 내부 비축자금만으로도 어지간한 투자는 감당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우량기업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절반 가량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들의 뜻에 반하는 유상증자를 하기 힘들다.

오히려 최근에는 주식소각제·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증시에 유통되고 있는 자기회사 주식을 거둬들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상장업체들은 자사주 매입을 위해 모두 5조9천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이는 98년의 6천2백22억원보다 9.5배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마이다스에셋 조재민 사장은 "99년처럼 펀드에 뭉칫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공급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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