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조련' 히딩크 X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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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거스 히딩크(사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태도에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북중미 골드컵에서의 성적 부진을 의식한 탓인지 최근 부쩍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듯한 느낌이다.

5일 오후 대표선수 20명을 이끌고 스페인 전지훈련을 떠난 히딩크 감독은 전날 자신의 'X파일'이라고 할 만한 선수관리 방법을 공개했다.

히딩크 감독이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는 X파일은 서너차례에 걸쳐 측정한 선수들의 체력 테스트 결과들을 축적해 놓은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가슴에 (심장박동수를 확인할 수 있는) 테이프를 부착하고 달리게 하면 전선으로 연결된 손목의 컴퓨터 시계에 박동 변화가 전달되고, 그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선수들의 체력 상태를 확인해 왔다"고 말했다.

"두 선수를 똑같은 강도로 달리게 했을 때 한 선수의 심장 박동이 1분에 1백80~1백90회에 이르렀다면 더이상 열심히 뛰는 것은 무리지만, 다른 선수의 박동이 1백30회 정도라면 충분히 더 뛸 여력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X파일에는 심장박동 외에 선수들의 스피드도 기록돼 있다.

히딩크 감독은 이같은 체력 측정을 지난해 1월 오만 전지훈련 기간 중 처음 실시한 후 지금까지 서너차례 실시했다고 소개했다. 어떤 선수의 체력이 가장 뛰어나냐는 질문에 역시 "릴리(이천수)·이영표·박지성"을 꼽았다.

히딩크 감독은 '파워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체력강화 훈련을 통해 심장 박동이 1백80에서 1백30으로 떨어지는 회복시간이 짧아지도록 조련할 계획이다. 선수들의 체력을 5월 말 최고조로 끌어올린 후 그 상태가 3~4주 지속되도록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히딩크 감독은 이같은 체력관리 방법을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았던 1996년부터 도입,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써먹었다"며 "한국전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이 경기종료 직전 세골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방법 덕택이었다"고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그러나 "1년반 동안 98년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 수준으로 한국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기는 무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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