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요즘 살맛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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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코스닥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거래소 시장에 비해 침체를 겪으며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던 코스닥 시장이 나흘 연속 시세를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5일에도 코스닥 지수는 10개월 만의 신고가를 갱신했다. 코스닥의 '화려한 부활'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 코스닥에서는 지수 상승 자체보다는 실적 호전주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1998~99년과 같이 모든 종목이 동반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왜 코스닥이 뜨나=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나스닥 시장의 폭등이다. 그동안 다우지수에 비해 하락폭이 컸던 나스닥 지수는 지난 주말부터 연일 초강세를 보였다.4일(현지시간)에는 야후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등 인터넷 및 IT업체들의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외국인의 '코스닥 사자'로 연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5일 5백6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7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SK증권 장근준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4일 사상 여섯번째 규모(8백2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순매수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것은 코스닥 시장에 추가로 자금을 넣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최근 닷새 동안 외국인들은 거래소 시장의 '블루칩'을 팔고 CJ39쇼핑·국민카드·씨엔씨엔터 등 '신 주도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또 그동안 거래소 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안올랐다는 증시 주변의 공감대도 매수세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가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9% 오른 데 비해 코스닥지수는 2% 상승에 그쳤다.

동원경제연구소 신진호 책임연구원은 "양 지수의 주가 괴리가 아직도 큰 만큼 '키 맞추기'가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달 중 신규공모가 없는 데다 유상증자 금액이 2백66억원에 불과해 수급상으로도 코스닥 시장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종목별 차별화 진행된다=대다수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이 단기간에 급등한 데 따른 부담은 있지만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경기가 호전되면서 시기적으로 경기에 후행하는 특성이 있는 IT(정보기술) 관련주가 더 오를 수 있는 힘이 있는 데다 홈쇼핑·TFT-LCD(박막액정화면)·DVD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투자금융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국내 수출의 41%를 차지하는 IT관련 종목들의 경우 최근 수출이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매수에 나서고 있는 만큼 거래소보다 코스닥 쪽으로 매기가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코스닥 지수'를 보고 코스닥 시장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실적과 성장성이 뛰어난 '종목'을 사고 있는 것이므로 예전과 같은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지난달 27일 저점대비 5일 고점이 4일(거래일 기준) 만에 11%나 뛴 것이 부담스럽다. 또 5일 장에서도 나타났듯 85포인트대에 있는 매물벽이 만만치 않다.

<그래프 참조>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5일 코스닥 상승종목수가 5백18개로 4일(6백55개)에 비해 크게 줄었고 이익을 실현하려는 사람도 상당수 있는 점으로 미뤄 단기적인 숨고르기가 예상된다"며 "그러나 매수세가 안정돼 있어 설령 조정이 있어도 지수가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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