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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영화로 몰리는 돈, 출판으로도 왔으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 현실에서 어려운 업종을 든다면 출판업이 그중 하나이고, 그중에서도 위기로까지 거론되는 인문·교양 출판사가 가장 힘들어 할 것 같습니다.”

출판계 종사자의 걱정이 아닙니다. 현대기업금융주식회사 금융팀의 이석주 부장이 출판 쪽으로 새롭게 투자를 하게 된 배경을 묻는 기자에게 내놓은 대답입니다. 영화나 대형 공연이 문화 콘텐트의 전부인 양 그쪽으로만 투자가 흐르는 현실에서 이만저만 고마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 7월부터 현대기업금융주식회사의 투자로 출간된 도서가 네 권이나 됩니다. 바로 지난주 북섹션 B7면 톱으로 서평이 실린 『책으로 읽는 21세기』(김호기 외 지음, 길)를 비롯해 『해삼의 눈』(쓰루미 요시유키 지음, 뿌리와 이파리),『피라미드』(미로슬라프 베르너 지음, 심산),『영웅 역도산』(이순일 지음, 미다스북스)이 그 책들입니다.
외국의 예를 보면 인쇄매체가 오히려 영상매체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세계 영화판을 달군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도 소설에서 출발했지요.

영화 전문 잡지 ‘FILM2.0’최신호에 실린 기사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강한섭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의 글입니다. 한국 영화시장의 경우 1990년대 중반 박스오피스 2500억원과 비디오 시장 1조2000억원을 합하면 1조4500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비디오 시장이 5000억원 규모로 줄어들면서 영화의 흥행 대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체 영화시장은 1조3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는 해석입니다.
영화 시장이 크고 안 크고를 떠나 문화 장르 전반에 걸쳐 관심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실제로 아시아 시장에서 ‘해리포터’처럼 빅히트할 우리 문화상품의 탄생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하인씨의 경우 국내에서는 대중작가라는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중국에서는 『국화꽃 향기』『일곱송이 수선화』등 그의 일곱 작품 모두가 번역 소개되었고, 그중 작품 세 개가 지금 중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상품의 시장은 이제 지구촌임이 분명합니다.

현대기업금융은 추가 투자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출판계에서 정말 멋진 기획으로 화답할 때가 아닐까요.

정명진 기자 Book Review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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