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기자 금강산 르포 : "올봄엔 수학여행 학생들로 금강산이 북적댔으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수학여행이 빨리 시작돼 학생 손님들로 금강산이 북적거렸으면 좋겠어요."

금강산 관광선인 설봉호의 관광상품 판매원인 현대아산 윤현진(여)씨는 "청소년들이 매출을 크게 올려 주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일할 맛이 나지 않겠느냐"며 관광 활성화에 기대를 걸었다.

한때 월 1만5천명이던 관광객이 1천명 수준으로 급감해 관광선 2층에 자리한 18평짜리 기념품 판매소의 현재 월 매출은 1억원. 한창 때 항차당 최고 1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게 이젠 꿈만 같다.

하지만 정부가 학생·교사·이산가족 등에게 10만~20만원의 경비를 보조해 주기로 했다는 소식에 금강산 현지의 분위기는 많이 부풀어 있다고 한다.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김정만 총소장은 "숙박시설과 식단 등을 학생 단체 관광객에게 맞추고 통일체험 교육 등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인근 김정숙 휴양소를 인수해 유스호스텔로 쓰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또 장전항 근처의 옛 통행검사소 부근 4만평에 번지 점프장과 서바이벌 게임장을 마련하는 등 청소년에 맞춘 시설을 준비 중이다.

부모와 함께 관광하러 온 중학교 2학년생인 임은성(14·경기도 안양)군은 "해외에 나온 것처럼 낯선 느낌이 들었고, 먼 발치에서 북한 사람들의 낡은 옷차림을 보면서 빨리 통일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임군은 "4시간 동안 앉아서 온 관광선의 의자가 불편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금강산 온정각 휴게소는 외국상품 판매소(면세점) 설치 준비로 부산했다. 정부의 승인 조치에 따라 9백60만달러(약 1백28억원)를 들여 이곳 1층에 2백15평 규모의 판매소를 지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국관광공사가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해 금강산 관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고, 북측이 4월 아리랑축전을 금강산 관광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만큼 올 봄에는 관광 활성화에 시동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온정각에서 1.5㎞ 떨어진 온천장은 특급 호텔 수준의 노천탕·사우나를 갖추고 있다. 뛰어난 수질을 자랑하지만 관광객이 뜸해서인지, 아예 문을 닫고 직원들이 철수하는 날도 많다고 한다

하루 최대 1천5백명이 관광할 때 쓰였던 70여대의 버스는 이제 40대만 남았다. 경영난으로 베트남에 중고차로 팔아 버렸기 때문이다. 40~50명이던 현대아산 금강산사무소의 직원도 18명으로 줄었다. 부두나 시설 공사를 맡았던 인력들은 모두 철수했다.

현대아산 김영현 부장은 "퍼주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관광 사업의 특성상 필요한 도로·항만 등 설비를 남북 당국이 아닌 현대가 떠맡아야 했던 특수한 사정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워낙 금지하는 게 많아 관광객들 사이에는 '금강산 관광은 하지 마 관광'이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라면서 "북측도 육로 관광 허용과 관광특구 지정 등 성의 있는 조치를 할 때"라고 말했다.

금강산=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