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힌두 원리주의-이슬람 세력 힌두사원 건립놓고 大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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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도 구자라트주(州) 유혈 분쟁은 북동부 아요디야시(市)에 힌두교 사원을 건설한다는 계획이 발단이 됐다.

지난달 27일 아요디야의 바브리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힌두교 사원을 짓기 위한 집회에 참석한 뒤 열차 편으로 귀가하던 힌두교 신도들을 이슬람 교도들이 공격해 58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으로 힌두교도들의 이슬람교도 '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인도 당국은 이번 분쟁이 3천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던 1992년 아요디야 폭동의 재판이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당시엔 힌두교 교도들이 16세기에 세워져 이슬람 성지가 된 바브리 사원의 정문 앞에 힌두교 사원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를 시작하면서 유혈 충돌이 빚어졌고 사원은 완전히 파괴됐다.

인도는 국민의 83%가 힌두교, 13%가 이슬람 교도며, 그 밖에 시크교·불교 등이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다. 하지만 뿌리 깊은 종교 갈등으로 47년 독립한 이후 각지에서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이슬람교가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하층민에 대한 포교를 강화하면서 힌두교와 마찰을 빚고 있다. 여기에 최근 10여년 동안 세력이 커진 힌두교 원리주의 운동의 확산도 종교 갈등을 증폭시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번 폭동을 주도하는 조직은 '세계힌두협회(VHP)'로 대표되는 원리주의 세력이다. 다종교 사회인 인도를 힌두교 단일 종교 사회로 개조하려는 운동을 하고 있는 VHP의 지도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의회에 진출, 정치적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힌두교 원리주의 세력과 거리를 두고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가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지게 됐다.

바지파이 총리가 당수로 있는 인도국민당(BJP)은 힌두교 민족주의를 정강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특히 VHP 등 힌두교 과격 세력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 온건 힌두교 교도인 바지파이 총리는 그동안 이슬람 교도들에 대한 포용정책을 표방해 왔으나, 소속 정당의 지지 기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BJP는 90년대 후반에도 힌두교 과격 단체들의 잇따른 폭동으로 이슬람 교도들과 기독교 관계자들이 살해됐을 때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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