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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日 708명" 명단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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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족정기를 세우는 의원모임'(회장 김희선)소속 여야 의원 13명이 28일 기자회견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선정한 7백8명의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명단은 대한민국 광복회(회장 윤경빈)가 친일파로 분류한 6백92명의 명단에다 광복회 내부에서 논란이 있던 17명의 명단을 민족정기 모임이 넘겨받아 이중 16명을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추가해 발표한 것이다.

특히 16명에는 국내 여성박사 1호인 김활란, 모윤숙(시인), 홍난파('봉선화'작곡가), 현제명(서울대 음대 창립자), 고황경(여성사회학자), 김은호(화가)씨와 김성수(동아일보 창립자), 방응모(조선일보 사주), 장덕수(동아일보 창간 당시 주간) 등 타계한 언론계·여성계·문화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포함됐다.

명단에 포함된 인사의 직계가족 등은 '일제하에서 강요된 행위'라며 법적대응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민족정기 모임이 친일파를 판단할 자격이 있는지, 추가된 16명에 대한 정치적 고려 여부, 선정의 적정성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광복회 尹회장은 "명단 발표와 관련한 일체의 책임은 민족정기 모임에서 지기로 했다"면서 "광복회는 6백92명의 명단을 확정한 것이고, 의원들이 추가한 16명은 광복회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김희선 의원측은 "광복회측은 '17명은 부담스러워 포함하지 못하겠다'고 했으나 민족정기 모임은 '6백92명만 발표할 수는 없다. 우리가 자체 심사해 발표할테니 명단을 넘겨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들 16명에 대해서는 광복회 심의 당시 서울대 신용하 교수 등이 "공적도 큰 인사들"이라고 반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16명 가운데는 박인덕(여성계몽운동가), 송금선·황신덕(여성교육자), 권상노(불교계 문필가), 심형구(화가), 이능화·정만조(역사학자)도 포함됐다.

6백92명 중에는 이완용 등 '을사오적', 송병준 등 '정미칠적'을 비롯해 박영효·윤치호·민영휘·박흥식·최린·조진만·김창룡·노덕술 등이 포함됐다. 서정주·이광수·최남선·주요한·최재서·김동환·이인직 등 주요 문인들도 들어있다.

이번 발표는 반민법에 근거해 발족했던 반민특위가 1950년 해산되면서 중단됐던 일제 잔재 청산작업을 정치권과 광복회가 52년 만에 재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민족정기 모임은 16대 국회 들어 여야 의원 29명으로 구성된 국회의원 연구모임으로, 친일파 명단 선정작업과 친일행위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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