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제조업체, 한국 증시 눈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대우증권 홍콩법인은 이달 중 기업공개(IPO) 관련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직원 2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2명으로 출발해 IPO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올해 5명으로 늘어났지만 업무가 계속 확대돼 추가 인력을 뽑는 것이다.

중국 기업 IPO를 전담하는 김명철 이사는 10일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 한국 증시에 대한 중국 기업, 특히 제조업체들의 관심이 뜨겁다”며 “중국 성 정부와 홍콩 금융당국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 증시 상장을 타진하는 중국 제조업체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위안화 강세를 배경으로 중국 기업의 IPO가 한국 증시에서 잇따라 성공하자 중국 산업계에 입소문이 많이 났다”고 전했다. 실제 산둥(山東)성 정부는 이달 30일 성장 잠재력이 있는 20여 개 현지 기업을 모아 한국 증시 진출을 모색하는 행사를 연다.

홍콩 증권가에선 적어도 40여 개 중국 기업이 한국 증권사와 IPO 주관 계약을 하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7년 중국 기업 3노드디지털이 한국 증시에 첫선을 보인 이래 지금까지 상장된 업체는 12개다. 한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삼는 중국 기업들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위안화 강세로 해외 진출이 유리해진 데다 제조업 기반이 강한 한국 증시의 특성이 감안된 것이다.

물론 우량한 중국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중국·홍콩 증시를 선호한다. 하지만 요즘 이들 가운데서도 다른 나라 증시보다 합리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한국으로 방향을 트는 기업이 늘고 있다. 동종 업종에서 매출·순이익 규모가 유사한 비교 대상 기업군이 있어 금융·부동산·서비스 업종이 대세인 홍콩·싱가포르 증시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위안화 강세를 배경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모집도 수월해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또 홍콩·중국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IPO 수요가 많은 점도 한국 증시로 발길을 돌리는 요인이다.

홍콩의 국내 증권사 지점들의 물밑 정보전도 가열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 홍콩지점의 한 지점장은 “투자업무 다각화 차원에서 한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큰 우량기업을 찾아내 본사에 알리는 게 중요한 업무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지점장은 “성장성 좋은 중국 기업을 한국 증시로 데려오기 위해 홍콩의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금융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간 경쟁으로 함량 미달의 업체들까지 한국 증시에 상륙할지 우려된다”며 “옥석을 가려 성장성과 안정성이 뒷받침되는 우량 기업 위주로 IPO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