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땐 주택시장 비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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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대출 금리 인상 징후가 나타나자 부동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금의 부동산 경기 활황세가 저금리에 따른 것인 점을 고려하면 금리가 소폭이나마 올라가면 시장이 급랭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곳은 주택업계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할 때 상당 부분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업체로서는 금리가 오른 만큼 이자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한국은행 전철환 총재는 최근 부동산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재정경제부도 지난 16일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주택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기관의 보증비율을 현행 1백%에서 80~90%로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증비율을 낮추게 되면 대출금리는 오를 수 있다.

◇업체 이자부담 늘어=아파트 5백가구를 짓는 5백억원짜리 프로젝트의 경우 대략 사업비의 60%(3백억원)를 중도금 무이자대출용으로 금융권에서 빌린다. 물론 이자는 업체가 떠안는다. 금리가 2% 인상되면 1년에 전체 사업비의 1%인 5억원 정도가 업체의 추가부담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비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큰 프로젝트라면 결국 무이자 융자가 어려워진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업체들은 이윤을 줄이면서 중도금 무이자 융자를 계속하거나 아니면 미분양을 감수하면서까지 융자혜택을 없애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한라건설 배영한 상무는 "아파트 사업에서 전체 매출액의 1%의 차이는 프로젝트 성패를 가를 수도 있는 것"이라며 "특히 최근의 미분양아파트 해소에는 무이자 융자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으므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지난해 중도금 대출로 나간 금액은 3조9천6백억여원이다. 보증없이 나간 대출까지 합치면 8조원에 이를 것으로 금융계는 추산한다.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는 오피스텔 분양경기는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 무이자 융자를 분양조건으로 내세우는데 역시 일부 이자부담이 불가피해졌다.

이럴 경우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자 부담을 감수하고 분양받아 완공후 세를 줄 경우 이를 월세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임대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커진다.

◇담보대출자들도 피해볼듯=초저금리를 예상하고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부담이 커졌다.

최근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는 은행·조건·물건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 6.1~6.9%선이다. 대부분 3개월 변동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그대로 전해진다.

2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1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연간 6백50만원 정도를 이자로 냈지만 금리가 2%만 오르면 8백만원대로 뛰어오른다. 중도금 대출시장도 위축되고 아파트 거래도 당연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황성근 기자

자료:건설산업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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