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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때문에 … 금값 또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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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9일 전 세계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의 8월물 금값은 전날보다 23.1달러(1.9%) 오른 온스당 1240.8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254.5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 금값도 국제 가격 상승에 이끌려 급등세다. 9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순금(24K) 한 돈(3.75g)의 도매가는 19만6000원, 소매가는 20만8000원이었다. 1년 전에 비해 21.2% 상승한 것이다. 시중에서 순금 1돈짜리 돌반지를 사려면 21만~22만원 정도가 들게 됐다.

유로화가 위기를 겪으면서 지난 몇 달간 금은 투자자들에게 유로를 대체할 주요 수단으로 등극했다. 올 들어 유로는 달러 대비 17%나 떨어진 반면 금값은 13%나 상승했다.

각종 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금 매입도 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금 ETF 운용회사인 SPDR골드트러스트는 7일(현지시간) 금 12.17t을 사들여 보유량(1298.53t)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골드바 형태의 금을 보유하면서 금 가격에 따라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다. 뉴욕 소재 CPM그룹의 한 애널리스트는 “유럽 국가에 대한 우려로 ETF뿐 아니라 실제 금을 사는 데도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금값이 급등하게 된 데엔 영국이 일조했다.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영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경고했다. 피치는 “2008년 이후 영국의 재정적자 증가율이 같은 ‘AAA등급’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불과했던 영국의 재정적자 비율은 2년 만에 11.5%로 불어났다. 피치는 “더 확실하고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미국 월가의 투자정보지 가트먼레터의 발행인 데니스 가트먼도 이날 블룸버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AAA등급을 박탈당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으면 금값은 계속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다. 동양종금증권 이석진 연구위원은 “시장의 불안요인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금과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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