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투라도 빅리그 남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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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의 화려함으로 빛나는 플로리다주 포트샬럿에서 차로 남쪽으로 약 1시간을 더 가면 포트마이어스. 그곳에는 아직 뜨지 않은 태양 '서니(Sunny)'가 아침을 준비 중이다. '서니'는 199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진출한 김선우(25)의 애칭. 김선우는 4년 동안의 마이너리그를 거쳐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에 승격, 올 시즌 풀타임 메이저리거를 꿈꾸고 있다.

- 메이저리그 진입 경쟁이 치열한데 상황은 어떤가.

"이번 캠프에 참가한 28명의 투수 가운데 11명이 남는다. 선발은 이미 정해졌고 불펜(중간)투수로라도 엔트리에 남아야 한다."

- 지난해 시즌 막판 선발로만 등판했는데 선발을 노리지 않나.

"스토브리그에서 팀이 선발투수를 많이 보강했다. 나보다 지명도가 높은 선수들이다. 일단은 불펜으로라도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남아야 기회가 있다."

- 전망은 어떤가. 자신있나.

"쉽게 알 수 없다. 캠프는 한달 넘게 계속되고 시범경기에서 내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때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 실력만이 나를 메이저리그에서 지켜줄 수 있다."

- 지난해까지 이상훈·조진호 등이 함께 있었는데 이번 캠프에는 혼자다. 외롭지 않나.

"외로움 같은 건 잊은지 오래다. 여기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전쟁터다. 우연히 이번 캠프에서 (이)상훈이 형이 좋아하는 등번호 47번을 달게 됐다. 참 좋은 선배다. 팀을 옮겼지만 꼭 성공하길 바란다."

- 박찬호가 속해 있는 '보라스사단' 합류를 결정했다고 들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에이전트의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이젠 때가 된 것 같다. 보라스는 내가 마이너리그 더블A팀에 있을 때부터 직원을 보내 합류를 권했다."

- 고교·대학시절 스타였는데 국내 프로에 진출하지 않고 이곳에서 무명으로 지내는 게 후회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내 꿈이 있다. 최고라는 그들과 당당하게 겨뤄보고 싶다. 이제까지 내가 모자랐지만 나도 많이 성장했다. 백마디 말이나 신문기사보다 실력으로 보여주겠다. 그게 전부다."

포트마이어스=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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