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 反美 시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 이틀째인 2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선 대규모 반미시위와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기습 시위가 잇따랐다.

반면 북한을 강한 어조로 비난해온 부시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말을 자제한 데 대해 시민들은 안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민중생존권쟁취 전국 민중연대·전국연합·한총련 등 6백여개 단체 회원 5천여명은 오후 3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대북 적대정책 철회' 등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성조기 10여개를 불태웠으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 전경 한명을 포함해 5명이 부상했다.

전국농민회총연합 회원 1천5백여명도 오후 2시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쌀 수입 반대 집회를 갖고 성조기 50여개를 불태웠다. 이들은 집회 후 종묘공원까지 가두행진을 하며 '전쟁반대 평화실현' 등의 구호를 외쳤다.

SOFA개정국민행동 등 9개 단체 회원 70여명은 오전 9시쯤 청와대 인근인 종로구 범혜사 앞에 모여 '미국의 전쟁 책동을 중지시켜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달하려다 경찰 저지로 무산됐다.

대학생들은 도심 곳곳에서 밤늦게까지 소규모 연쇄 기습시위를 벌였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 5백여명은 쇠파이프로 무장한 채 오후 3시20분부터 40여분 동안 서울 남영로터리 앞 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오후 5시쯤 동대문운동장 부근 도로를 점거하는 등 밤 늦게까지 지하철을 이용해 신설동·충무로 등으로 옮겨다니며 기습시위를 벌였다.이 때문에 퇴근길이 극심한 정체를 겪었다.

◇부시 환영대회도=재향군인회 회원 1천여명은 낮 12시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대규모 안보궐기대회를 열었다.

서울 재향군인회 회원 2천여명도 오전 8시부터 시청앞 광장 등에서 부시 대통령 방한 환영 겸 안보궐기대회를 열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상인 오옥순(49)씨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자극하는 말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호준·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