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사람 김한옥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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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아파트든 뭐든 상품을 산 사람에게 어떻게든 이익이 생기도록 해주는 게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자)의 의무 아닙니까. 3억원짜리 집을 샀는데 2억5천만원으로 떨어졌다면…. 디벨로퍼가 가장 무서워하는 일이죠."

부동산 개발업체인 ㈜도시와사람의 김한옥(53·사진)사장은 좋은 부동산 상품을 만들어 잘 파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투자이익을 챙겨줘야 한다는 독특한 역할론을 내세운다.

金사장은 요즘 유행하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처음으로 만들어 보급한 사람이다. 그가 나산종합건설에 있던 1994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내놓은 '미씨 860'이 효시로 꼽힌다. 사무실 기능만 있던 기존의 오피스텔에서 탈피해 주거 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형태였다. 이어 목동에서 나산 스위트타운(주상복합·오피스텔)을 만들고 청구에 있을 때는 '분당 오딧세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金사장이 이같은 특화 상품에 눈돌린 것은 한진종합건설 재직 당시인 80년대 후반 미국에서 3년간 근무할 때였다. 도심 주택난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인정받으며 미국 대도시에서 성공한 사실을 눈여겨본 것이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은 틈새상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했었죠. 지금은 공급이 넘치면서 도심 난개발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주거 수요를 흡수하는 긍정적 기능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의 상품 기획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된다.3월 서울 익선동 등 2~3곳에서 내놓기 위해 한창 준비 중인 상품도 지금보다 한 단계 발전한 신세대용 원룸 오피스텔이다.

그는 또 "건설사가 상품을 기획하고, 짓고, 판매까지 하는 것은 건설업과 연관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며 건설사와 디벨로퍼의 역할분담을 강조했다.

이래서 그는 아이디어를 내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담당하는 전문가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소비자와 건설사의 중간에서 서로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의 최근 '작품'인 분당 '미켈란쉐르빌'(주상복합)과 서울 삼성동 '미켈란107'(주상복합)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맨땅을 놓고 어떤 상품을 만들지, 어떻게 팔지, 투자자에게는 얼마나 이익을 남겨 줄지 등을 기획하고 완공 뒤에는 투자관리까지 책임지는 선진국형 부동산 개발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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