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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렁물렁한 얼음판 한국 쇼트트랙'비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부상을 막아라'.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각국 쇼트트랙 선수단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7일 경기에서 생긴 각종 추돌사고 후 간판급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우선 한국은 준결승 때 넘어져 펜스에 부딪친 에이스 김동성(23·고려대)이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생겼다. 김선수는 지난해에도 오른쪽 무릎 통증으로 재수술을 했기 때문에 한국 코칭스태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구나 감기까지 걸려 기침을 자주해 컨디션이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안현수(16·신목고)도 결승에서 넘어질 때 오른손이 조금 찢어졌다.

그러나 김동성과 안현수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18일 평상시와 다름없이 훈련을 마쳤다.

외국 선수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는 넘어질 때 자신의 스케이트날에 찢긴 허벅지를 여섯 바늘이나 꿰맸으며, 스케이트 날에 엉덩이를 찔린 캐나다의 매튜 튀르코트도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두번씩이나 넘어졌고, 김동성과 오노를 넘어뜨린 '반칙왕' 리자준(중국)은 멀쩡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음이 물렁물렁한 링크도 한국 선수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쇼트트랙이 열리는 아이스센터는 미프로농구(NBA) 유타 재즈의 홈경기장. 이번대회를 위해 임시로 얼음판을 깔았지만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을 한꺼번에 치르는 바람에 링크 관리에 허점이 발생했다.

피겨는 회전이나 점프동작이 많아 빙판을 4.5㎝로 깔고 표면에 물기가 살짝 비치도록 관리하는 반면, 쇼트트랙은 두께도 절반에다 온도를 낮춰 강한 얼음으로 선수들의 스피드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피겨가 끝난 뒤 밤새 얼음을 깎아 쇼트트랙을 위한 얼음을 만들지만 빙질이 물러 쇼트트랙에 맞지 않는다. 이때문에 힘보다는 기술 위주의 스케이팅을 하는 한국 선수들은 체력소모가 그만큼 많아 손해를 보고 있다.

또 피겨경기 일정 때문에 쇼트트랙 선수들은 실제 경기를 하는 링크에서의 훈련은 경기 전날 1시간30분으로 제한돼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해설자로 변신, 후배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전이경씨는 "누구에게나 조건은 같지만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올림픽은 처음"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솔트레이크시티=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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