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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쇼트트랙… 막판 스퍼트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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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동네 이름이 '소금 호수'(Salt Lake)이기 때문일까, 덩치 큰 심술쟁이같은 미국의 텃세가 짜디 짜다. 게다가 옆마을 왕서방(중국)까지 딴죽을 건다.

17일(한국시간) 남자 쇼트트랙 1천m에서 한국의 김동성은 중국 리자준의 '안다리 후리기'로 쓰러졌고, 안현수도 미국과 중국 선수의 몸싸움 때문에 엉뚱하게 등이 터졌다. 세계 최정상급인 한국 쇼트트랙을 견제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만 같다.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말이 있지만 쇼트트랙이야말로 진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러나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사향은 아무리 꼭꼭 싸두어도 향내를 뿜는다. 앞으로 한국 쇼트트랙이 도전하는 금메달이 4개나 남았다. 21일에는 남자 1천5백m와 여자 3천m계주, 24일에는 남자 5백m와 여자 1천m 경기가 벌어진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힘찬 응원을 보내주자.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는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정규리그 4위팀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티켓은 딱 한장 남았다. 국민은행·신세계·현대가 이미 티켓을 차지했고, 삼성생명과 한빛은행이 나머지 한장을 놓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 삼성의 처지가 구슬프다.

당송 팔대가의 한사람인 당나라의 한유(韓愈)는 잡설(雜說)에서 말한다. "천리마는 알아보는 사람(백낙)이 있은 후에야 존재한다(世有伯然後 有千里馬).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낙은 그렇지 못하다(千里馬常有 而伯常有)".

외국인 선수도 잘 뽑았고 내국인 선수들의 수준도 가장 높은데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걱정할 지경이라면 조련사가 의심을 받게 된다. 삼성이 4강에 진출한다면 이같은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겠지만 탈락한다면 한바탕 내홍을 피할 길이 없을 듯하다.

조건은 유리하다. 한빛은행을 한게임차로 앞선 삼성은 남은 2경기 중 1경기만 이기면 4강에 오른다. 한빛은행이 남은 두 경기를 다 이겨도 상대전적 3승2패로 앞서 승자승 원칙에 따라 티켓을 잡는다.

그러나 남은 상대가 만만찮다. 18일 현대와 싸우고 21일에는 적지 천안에서 국민은행과 붙는다. 현대의 정덕화 감독은 "라이벌전에 양보는 없다"며 칼을 갈고 있다. 현대와의 시즌 전적은 2승2패지만 현대는 최근 두 경기를 이겼다.

삼성은 어쩌면 한빛은행이 남은 현대(21일)·신세계(24일)전 가운데 한 경기에서 지는 행운을 고대하고 있지 않을까.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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