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겨울 보약 '온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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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골랐다. 고민도 많았다. 수백 곳에 이르는 전국의 온천과 물놀이 시설을 모두 소개하기는 어렵다. 시설이나 관리 상태 등을 고려한다면 모두 소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딱 20곳만 추렸다. 기준은 시설과 유명도, 이용객 숫자, 인근 볼거리 등이다. 온천 온도와 성분, 이용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행정자치부 등록 현황을 따랐다.

손민호.김필규.안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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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온천은 모두 275개. 이 가운데 영업 중인 곳은 181곳이다(행정자치부 집계). 여기서 온천이란 '수온 25도 이상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은 물'이다. 채수량이 일정량 확보되고, 개발 계획이 지방자치단체 심사를 통과하면 영업할 수 있다. 이것이 '법률상' 온천이다.

요즘 '○○랜드','××파크'같은 데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이들 업소는 대부분 '최고의 수질', '기적의 물' 같은 현란한 광고 문구를 내건다. 간단히 말해서 이런 곳은 대부분 법률상 온천이 아니다. 간판에 '온천'이란 표시가 없으면 그냥 목욕탕이다.

그렇다고 허가받은 온천 물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25도만 넘으면 되기 때문이다. 온천마다 함유 성분을 광고하지만, 사실 어떤 광물도 인체에 얼마나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 다만 숱한 전설과 신화, 그리고 입 소문만 있을 뿐이다. 의학적으로 알칼리성 온천은 신경 계통에, 탄산천은 피부.심장 질환에, 유황천은 류머티즘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4주 이상 요양을 했을 때 얘기다. 온천에 포함된 탄산.유황 등 성분은 극히 적다.

온천을 선택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우선 수온. 뜨거울수록 좋다는 이도 많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어차피 물을 데우거나 식힌다. 평균 수온 40도면 적당하다. 함유 광물도 많은 게 낫다. 요즘 아토피 환자가 해수탕을 즐겨 찾는데, 사실 바닷물이 아토피를 치료한다는 증거는 없다. 대신 염분의 소독 작용이 가려움을 줄이는 효과 정도는 인정된다. 맹물보다는 낫다는 얘기다.

인근의 관광거리도 주요 선택 기준이다. 온종일 목욕만 할 수는 없는 노릇. 가벼운 산행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요즘에는 시설을 더 따진다. 온천욕이 일종의 물놀이로 인식되면서 생긴 변화다. 그래서 요즘 워터파크가 득세다. 온천은 아니지만 대신 갖가지 물놀이 시설과 스파 프로그램 등을 자랑한다. 캐리비안베이, 아쿠아월드, 오션 캐슬이 대표 주자들이다.

온천욕의 가장 큰 효과는 역시 피로 해소다. 이럴 경우 굳이 허가받은 온천이 아니어도 된다. 그럼에도 온천 열기는 갈수록 뜨겁다. 최근엔 웰빙 열풍까지 더해져 '온천만 터지면 대박'이라는 상술까지 기승을 부린다. 현재 영업 중인 온천의 80%가 1990년 이후 개발됐다. 수온 기준을 맞추려 대부분 500m 이상, 심지어 지하 1500m까지 파 들어간 업소도 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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