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서 로마인 검투사 유골 대거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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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검투사로 추정되는 유골이 잉글랜드에서 대거 발굴됐다고 AFP 통신이 7일 보도했다.

AFP에 따르면 7일 영국 요크 고고학 재단은 잉글랜드 북부 요크의 드리필드 테라스 발굴 현장에서 서기 1~4세기 인물로 추정되는 유골 80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로마인들은 서기 71년, 현재의 요크 지역에 에보라쿰(Eboracum)이라는 도시를 건설하고 한동안 통치했다.

법의학자들은 유골 검사 결과 대부분이 남성이었으며 당시 남성의 평균을 넘는 키에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대다수는 목이 잘린 채 묻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검투사로 추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골에 남아 있는 물린 흔적이다.

발굴을 주도한 커트 헌터-만은 "사자나 호랑이, 또는 곰으로 추정되는 육식 동물이 물어뜯은 흔적이 남은 유골이 많다"며 "이 같은 상처는 검투사 경기 같은 상황에서 입은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많은 유골의 팔이 한쪽만 유난히 발달해 있다는 점도 이들이 이 유골이 검투사들의 유골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한다. 검투사들은 이미 10대 시절부터 한쪽 팔로 무기를 다뤄왔다는 기록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로마 시대의 기록에 따르면 일부 검투사들은 매우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헌터-만은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검투사 유골로 단정 짓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원형 경기장들은 잉글랜드 전역에 있는 로마인 주거지에서 여러 차례 발견됐지만 요크 지역에서 고대 검투사 투기장이 발견된 적은 없다.

센트럴 랭커셔 대학의 법의학 전문가인 마이클 비소키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발견"이라면서 "세계 어디에서도 이처럼 잘 보존된 검투사의 묘지로 추정되는 현장을 발견한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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