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준씨,부인과 25일간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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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에 들어가 20개월간 머무르다 재탈북한 유태준(劉泰俊·34)씨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국정원과 경찰은 그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입국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15일 "북한 내 행적에 대한 그의 진술이 갈팡질팡해 어느 게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지 구별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며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劉씨의 북한 입국과 북한 내 행적, 재탈북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그가 북한의 지령 등을 받고 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당국은 이날 합동신문에서 劉씨가 북한에서 석방된 것을 숨긴데 이어 부인 상봉 사실도 숨긴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劉씨가 지난해 5월 북한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기 전에 평양의 초대소에서 부인 崔모씨와 25일간 생활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劉씨가 북한에서 체포되기 전 조선족 崔모씨를 통해 부인에게 편지를 전달했던 것도 확인했다.

부인을 데리고 탈북하기 위해 북한에 갔다는 劉씨는 재입국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아내는 먼 발치에서만 봤다"고 했었다.

이처럼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남에 따라 그의 재탈북을 둘러싼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劉씨가 귀환 이후 공안당국 조사와 기자회견에서 계속 말을 바꾼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며, 이같은 사실을 공안당국이 과연 몰랐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관계기관 합동신문에서 감옥에서 탈출한 것이 아니라 석방된 것을 숨긴 것에 대해 "김정일이 감옥에서 풀어줬다고 하면 원수 김정일을 남한 사람들이 위대하게 생각할까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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