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경찰 감시 카메라 인권침해 논란 테러 방지용…상가 등 곳곳에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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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워싱턴DC의 경찰청사 지붕에 설치된 카메라 한 대가 '윙' 소리를 내며 8백m 가량 떨어진 의사당 건물을 겨냥한다. 렌즈에 잡힌 것은 계단을 오르던 한쌍의 남녀. 하지만 이들은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월 스트리트 저널(13일자)이 묘사한 '감시사회'의 모습이다.몰래카메라와 관음증의 폭력성을 고발한 영화 '트루먼 쇼'에나 등장할 법한 장면이 미국의 수도에서 나타날 움직임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워싱턴 경찰이 테러·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쇼핑몰·아파트·개인빌딩 등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 민간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보도했다. 경찰은 백악관·유니언 기차역·학교 등 공공건물에 이미 설치한 수십대의 감시 카메라도 이 시스템에 통합할 계획이다.

시스템 구축 책임자인 스티븐 가피건은 "9·11 테러 이후 감시카메라 사용을 확대하는 것 외에는 (보안 강화를 위한)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도 최근 몇년간 전국에 감시용 카메라를 2백만대 가량 설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7백만달러(약 91억원)를 투입해 청사 안에 만든 합동운영통제센터(JOCC)에서 감시 카메라를 조종하고 판독할 계획이다.

의심스런 인물을 발견하면 화면을 1천여대의 순찰차로 긴급 전송해 현장 수사에 활용토록 한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사생활을 침해할 뿐더러 테러 차단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배리 스타인하트 국장은 "정부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슈퍼맨 같은 권한을 행사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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