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없는 ‘스마트뱅킹’ 지점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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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올해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상품 광고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는 딸이 사윗감을 데려오는 내용의 ‘스텝업 예금’ 광고. 세 딸의 아버지로서, 볼 때마다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라고 한다. [오종택 기자]

첫 4연임 은행장. 하영구(57·사진) 한국씨티은행장 이름 앞엔 올 3월부터 이런 타이틀이 붙었다. 2001년부터 은행장(당시 한미은행장)을 했으니 꼭 10년차 은행장이다.

최근엔 새 직함이 하나 더 붙었다.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이다. 4개 금융사(씨티은행·씨티그룹캐피탈·씨티금융판매서비스·씨티크레딧서비스신용정보)가 이달 1일부터 금융지주사로 묶였다. 국내 여섯 번째 금융지주사다.

하영구 은행장 겸 지주 회장을 4일 서울 청계천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회장 말고) 행장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지주사는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자회사와 똑같이 일해야 한다. 그래야 관료주의가 생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한 ‘씨티맨’답게 그는 씨티그룹의 일원임을 강조했다. 보험·자산운용사 인수합병(M&A) 계획을 묻자 “씨티그룹이 핵심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아니어서 매력 없다”고 잘라 말했다. 증권업 진출에 대해서는 “씨티의 강점인 자산관리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생각해볼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주사 내 시너지 창출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소비자금융과 은행을 연계한 상품을 개발하고, 지원부서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일 겁니다. 중요한 건 법인 간의 벽을 없애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유독 법인 간 장벽이 많아 마치 지주 따로, 은행 따로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선 안 되죠. 은행장이 회장을 겸임하는 것도 그런 이유고요.”

-올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고객들이 씨티를 자주 접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일본에선 최근 씨티그룹이 ‘스마트뱅킹’ 지점을 도입했어요. 일종의 무인지점이죠. 일반 거래는 은행원 없이 고객이 직접 터치스크린을 보며 해요. 이를 한국에도 들여오려고 준비 중입니다.”

-M&A 계획은 있으신가요.

“현재로선 없어요. 일단 보험과 자산운용사는 씨티가 잘하는 분야가 아니에요. 씨티그룹은 ‘열린 구조’를 지향합니다. 운용을 직접 하기보단 가장 좋은 상품을 골라주는 데 초점을 맞추죠. 증권업은 자산관리를 보완하기 위해 특화된 증권부문이 있으면 좋겠다고 검토한 적은 있어요. 지주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되면 생각해봐야죠.”

-은행장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4연임에 성공하셨는데요.

“직원들 덕이죠. 어려웠던 통합기간을 잘 극복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중에서도 수익에 변동 없이 잘 헤쳐나갔습니다. 저를 두고 실무에 밝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렇진 않고요. 다만 투자은행(IB)·기업금융·개인금융 총괄을 두루 거친 덕에 비즈니스나 시장을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얘기긴 하지만, 한때 KB금융지주 회장 후보 물망에 오르셨었죠.

“난 공개적으로 생각 없다고 했어요. 불필요하게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직원들에게 썩 좋은 메시지가 아니어서요.”

-글로벌 금융사들이 들어왔지만, 아직도 국내은행과의 격차가 큰데요.

“우리나라 금융회사들, 일단 방향을 잡으면 힘 있게 밀고 나가는 게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까지 외형 키우기에 편승하면 쏠림현상만 심해져요. 외국계은행이 할 일은 점유율 높이는 게 아니라 리스크 관리 등 선진금융기법을 들여오는 거죠. 예를 들어 시중은행 예대율(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이 평균 105%인데, 씨티은행은 85%예요. 바젤3 규제에 미리 맞춘 거죠.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한 ‘얼리 어답터’ 역할을 씨티가 할 겁니다.”

글=한애란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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