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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다각경영 비결은 “먼저 물리를 깨우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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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먼저 물리(物理·사물의 이치)를 깨우쳐라. 사격 구분동작 몇 개 잘한다고 총 잘 쏘는 건 아니다.”

이창규(54·사진) SK네트웍스 사장의 말이다. “지금 하는 일의 본질을 꿰면 다른 업무도 다 잘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최근 직원들에게 “자기 업무에 숙달된 뒤에는 다른 일도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는 특이한 회사다. 무역상사로 분류되긴 하지만 다른 상사가 하는 무역·자원개발은 물론 휴대전화·의류 판매, 주유소 운영, 자동차 판매·정비도 한다. 연간 1000만 대의 휴대전화와 440만 벌의 옷, 5418만 배럴의 석유를 판다. 승용차 228만 대에 정비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편의점·금융·부동산 사업도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 사장이 왜 ‘물리 전도사’가 됐는지 짐작이 간다. 이 많은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시킨 일만 열심히 하는 직원으론 곤란하다. 회사의 업무 영역이 점점 넓어져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같은 SK 계열의 워커힐 호텔을 흡수합병했다. 지난달엔 레저 사업을 하기 위해 SK에너지로부터 경기도 안산 ‘메추리섬’ 땅을 사들였다.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 인수도 추진 중이다.

이 사장은 “한 가지 일은 잘했는데 다른 일을 맡겼더니 초보 수준이라면 물리가 트인 게 아니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일이 생겼을 때 팀장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 휴가·교육도 보내기 싫어하는 사람이 물리가 트인 사람”이란 것이다.

직원들에게 “최고경영자(CEO)가 내게 바라는 게 뭘까를 늘 고민하고, 이에 맞추는 연습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자신의 신입사원 시절을 예로 들기도 한다. 그의 첫 업무는 회사의 월간 판매실적을 종합해 정부기관에 제출하는 것이었다. 전임자들은 시킨 일만 하고 끝냈지만 그는 경쟁사 자료를 모두 구해 업계 전체의 실적과 시장점유율의 변화 이유 등을 분석해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나중에 당시 CEO에게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태 기업이다. 1953년 정부로부터 인수한 선경직물이 ㈜선경·SK상사·SK글로벌을 거쳐 2003년 SK네트웍스가 됐다. 현재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SK네트웍스의 지난해 매출(21조1904억원)은 SK에너지에 이어 그룹의 75개 계열사 중 2위였다. 그룹이 추진 중인 중국 사업 강화와 계열사 간 사업조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SK의 새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2020년 경영 목표는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1조5000억원이다. 10년 안에 매출을 세 배로 늘리겠다는 얘기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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