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역사 공부는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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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로 먼저 흐름 파악 역사 연결고리 찾기가 중요하죠

빽빽한 역사연표는 어른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자료다. 아이들은 더하다. 어설프게 접근했다간 쉽게 질려 ‘역사 울렁증’을 낳기 일쑤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중요도가 더해가는 역사과목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미있게 역사를 공부하며 든든한 학습 토양을 쌓고 있는 두 가족을 만났다.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 자녀와 함께 읽어
“첫째 현서(여·인천 대정초 3)는 7살, 둘째준희(남·인천 대정초 1)는 5살 때부터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접했어요. 역사책이라고소개하지 않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함께 읽어나간 것이 비결이죠.” 안애리(36·인천시 부평구)씨는 초등학생 때는놀이처럼역사를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미있게 습득한 인물들의 배경지식과 역사적 흐름이 나중에 수험생이 됐을 때 든든한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관 덕에 안씨의두 자녀는 잠자리에서 삼국유사의 내용을서로 주고받으며 잠든다. 지난해까지 7질이넘는 전집을 모두 섭렵했다.

안씨가 가장 강조하는 부모의 역할은 ‘역사 연결고리 찾아주기’다. 아이들은 대부분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연결하는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다. 각각의 개별 지식이 하나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혼란을 느끼기 때문이다. 안씨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구성한 책을 제때 연계 할 것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고구려 미천왕이 한반도에 머물렀던 낙랑군을내쫓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접하면, 미천왕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직접 찾아 권해주는식이다.

역사적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학습만화가 유용했다. 안씨는 자극적인 말 표현이 적고 역사적 사실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책 위주로 골랐다. 학습만화는 구성상 이해를 돕는 그림이 풍부하고 문장이 짧아 가독성이높다. 이 덕분에 아이들은 짧은 시간 내에여러가지 역사적 사건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시각을 기른 것이다.독후활동과 연계하기도 수월했다. 안씨는“학습만화를 읽은 뒤엔 독후활동도 학습만화처럼 꾸며보도록 지도하라”고 권했다.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4컷의 만화로그려보거나 역사적 주인공을 그린 뒤 말풍선을 달아 하고 싶은 말을 적게 하는 식이다.글쓰기가 서툴러 독후활동을 꺼리는 아이들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활동이다.

사극도 유용한 학습도구였다. TV 속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역사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들을 준비가 돼 있는아이들은 조금 어려운 역사적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설명도 잘 소화했다. 하지만 주의도 필요하다. 안씨는 “사극은 부모가 반드시함께 보며 잘못된 부분은 바로 지적해주는것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은 TV속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 그대로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의 관심영역 확장은 부모의 작은 관심으로 쉽게 이뤄진다”며“어떤 역사적 사실에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재빨리 그와 연계된 활동을 함께 해보는 것 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사와 세계사 넘나들며 역사 지식 확장
아동문학작가 류수경(39·전북 전주시)씨는딸 유한나(전북 전주동초 3)양과 역사학습을 하면서 지역적 장점을 활용했다. “전주에는 역사 유적지가 많아요. 3살 때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방문해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게 했죠.” 같은 장소를 수 년째 방문해도 그때마다 나이에 맞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어유양이 지루해하지 않았다. 3살 때는 전주한옥마을에서 제기차기·투창던지기 같은민속놀이를 즐겼다. 6살 때는 한지공예를배워보고 도자기를 만들었다. 초등학교에입학한 뒤엔 주말마다 열리는 탈춤이나 전래동화를 주제로 한 전통연극을 감상했다.

유양은 조선시대 역사를 특히 잘 안다. 어린 시절부터 수백 번은 방문한 전주한옥마을 내 경기전(慶基殿·전주에 위치한 조선시대 전각)덕분이다. 전주 이씨인 조선시대 왕의 위패와 초상화가 모셔진 이곳을 방문할때마다 초상화 아래 적힌 왕의 일대기를 습관처럼 읽었다. 그러다보니 초등학교 3학년인 지금은 조선시대 왕의 이름과 활약상을거의 다 외울 정도다.

TV는 거의 보지 않는 대신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는 즐겨찾는다. 최근엔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일생을 다룬 ‘엘리자베스 1세’‘골든 에이지’를 본 뒤 영국 역사에푹 빠졌다. 류씨는 “한나가 엘리자베스 여왕을 너무 좋아해 나는 영국과 결혼했다�는엘리자베스 여왕의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라며 “이를 계기로 영국의 국교와 당시 십자군전쟁에 관한 이야기까지 깊이 있게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류씨는 초등학생들의 역사적 지식을 확장 하는 과정을 ‘전래동화→삼국유사·삼국사기→한국사→세계사’ 순으로 추천했다. 그는 특히 삼국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래동화와 삼국유사에서 알게 된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을 삼국사기에서 만나게 된다는설명이다. 그는 “아이가 따로 알고 있었던 고구려의 왕과 백제의 장수가 부딪치는 장면이 등장한다”며 “고구려·백제·신라의 세 나라가동시대에 존재했다는 사실과 함께 시공간에대한 개념도 익히게 된다”고 말했다.

유양은 최근엔 세계사로 관심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류씨는 “함께 칠레산 와인 얘기를 주고받다가 칠레의 기후와 지역적 위치,칠레의 국기까지 이야기를 확장했다”며 “역사 공부는 삶의 경험과 독서의 힘이 중요한만큼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가장많은 영역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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