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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굴리는 채권펀드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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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채권형 펀드에도 '가치투자' 바람이 일고 있다.

회사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회사채를 발굴해 투자하는 가치투자 펀드가 고수익을 올리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채권형 펀드 간의 수익률 격차도 크게 벌어지고 있다.

◆ 가치투자형 채권 펀드=대표적인 가치투자 펀드로 꼽히는 대한투신의 '클래스1 장기채권'펀드는 현재 수탁액이 1조9000억원을 넘어서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MMF를 제외하면 국내 최대 규모다. 계좌수는 6만7000개가 넘고, 고객수는 5만명에 육박한다. 이 펀드는 현재 연 7%대의 고수익을 자랑하고 있다.

도이치운용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도이치코리아 채권' 펀드와 프랭클린운용의 '템플턴 골드채권B-1' 펀드도 수익률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펀드의 공통점은 가치투자 펀드답게 회사채 편입비중이 높다는 데 있다. 세 펀드 모두 회사채 비중이 펀드 자산의 60%에 육박한다. 투자적격의 최하위인 BBB급도 회사가 좋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투자한다. 대부분의 펀드가 국공채를 40% 이상 보유하며 안정성을 강조해 돈을 굴리고 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가치투자 채권형 펀드의 성공은 회사채의 신용위험에 대한 분석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대한투신은 자체 신용분석팀을 두고 있고, 도이치투신은 글로벌 리서치 조직의 보고서를 활용한다. 도이치투신 이재헌 상무는 "회사채보다 회사에 투자한다는 심정으로 회사의 신용도와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고 말했다.

◆ 추세는 대형화=국내 채권형 펀드는 대우 사태와 SK글로벌 사태 등을 겪으면서 안정성 높은 국공채 중심의 운용 패턴이 자리잡아 왔다. 하지만 국공채 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지면서 그동안 외면당했던 회사채가 투자 대안으로 다시 떠올랐다.

회사채 투자가 적중하면서 가치투자 펀드에는 돈이 크게 몰리고 있다. 펀드 가입자의 대부분이 개인고객인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펀드 대형화를 바람직한 현상으로 꼽고 있다.

대한투신 권혁상 펀드매니저는 "펀드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여러 종목을 편입할 수 있게 돼 신용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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