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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 惡의 축' 근거 제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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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에 관한 미 국방부의 평가 보고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惡)의 축'으로 보는 근거가 잘 드러나 있다. 북한이 WMD의 단순한 개발국을 넘어 WMD 확산의 진원지라는 것이 보고서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지도부가 최근 잇따라 북한의 미사일 수출 문제를 들고나오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보고서는 북한을 세계 미사일 문제의 주 공급자로 지목했다. "지난 수년 동안 탄도미사일과 그 관련 기술의 주요 확산 국가였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판매 대상국가로 이란과 파키스탄을 들었다.
이란에 대한 판매는 중동과 서남아의 전략적 균형에 영향을 미칠 뿐더러 이들 국가를 미사일 생산국으로 만들어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요컨대 중동지역 정세 불안과 인도·파키스탄의 군비 확충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보고서는 북한에 의한 화생방 무기 기술의 확산도 우려하고 있다. 9·11 테러를 겪은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WMD가 테러집단이나 개인에게 유출되는 것을 최대의 위험요소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 전방 배치와 핵·화생방,미사일 개발 계획이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갖는 심각성도 경고한다. 가까운 장래 미국을 포함한 국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을 한반도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을 '악(惡)'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도덕적 결함도 비난하고 있다. 민생을 희생하면서 WMD 개발 계획에 계속해 자금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이 부분 또한 부시 대통령이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인식과 일치한다.
핵·생화학·미사일 무기 개발 현황은 우리 국방부의 국방백서와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화학무기의 경우 미사일 외에 포(砲)를 통해 운반할 수 있다고 적시한 점은 흥미롭다. 미사일과 관련해선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대포동2 미사일 개발을 선호할 것이라는 것과 화생방 무기의 잠재적 운반수단이 될 수 있는 대함 크루즈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점이 눈에 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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