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컵 결산 <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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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미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북중미 골드컵에서 주전들이 대거 불참했음에도 다섯 경기를 통해 9득점·1실점으로 공·수의 탄탄함을 과시했다. 노장들을 위협하는 신예들의 눈부신 활약과 이번 대회에서 공개하지 않은 유럽 진출 선수들까지 전력에 포함시킬 경우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와 맞붙을 미국팀은 16강 진출의 '제물'은커녕 '걸림돌'이라 해야 할 정도였다.
◇무서운 미국의 신예들
미국팀 주축은 제프 아구스(34)·어니 스튜어트(33)·카를로스 라모사(33)·코비 존스(32) 등 30대 노장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경기를 이끌어나간 주역들은 10대와 20대 초반의 신예들이었다. 한국전에서 각각 선제골과 결승골을 기록한 19세 동갑내기 랜던 도노번과 다마커스 비슬리가 대표적이다.
도노번은 지난해 서귀포 평가전에서 한국 일자수비를 파악한 뒤 공략법까지 찾아냈고, 첫 골과 최진철의 퇴장을 이끌어냈다. 주로 후반전 조커로 나온 비슬리는 빠른 발과 왼쪽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공을 치고 들어가는 독특한 드리블로 상대팀들을 괴롭혔다.
이밖에 20대 초반인 카를로스 보카네그라(23)·댄 클리프(22)는 탄탄한 수비 실력을, 브라이언 웨스트(24)는 빠른 발과 예리한 패스를 선보였고,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와 함께 투톱으로 나선 조시 울프(25)는 상대 수비수를 유인해 맥브라이드에게 득점기회를 열어주는 스트라이커로서의 능력을 자랑했다.
◇숨은 전력 50% 더 있다
브루스 아레나 미국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은 이번 대회 멤버와 월드컵 본선 멤버의 차이가 없겠지만, 우리는 전혀 다른 멤버로 두 대회에 나선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팀의 에이스들은 이번 대회에 대부분 빠졌다.
그럼에도 미국은 5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 빠진 선수 중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미국 현지 언론들은 플레이메이커 클라우디오 레이나를 거론한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미드필드를 생략한 채 공격을 풀어나갔다.레이나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후방에서 한번에 전방까지 연결되는 롱패스, 양쪽 날개의 빠른 발을 이용한 측면돌파, 좌우를 오가는 긴 크로스패스에 의한 공간 확보로 경기를 풀었다.
여기에 레이나의 볼 배급이 결합된다면 위력이 배가될 전망이다. 게다가 공격수 조반 키로프스키, 미드필더 조 맥스 무어와 어니 스튜어트, 수비수 토니 섀너가 합류하면 이번 골드컵 멤버들은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이번 대회에서 전 경기를 출장해 1실점으로 선방한 골키퍼 케이시 켈러도 팀 내에선 브래드 프리델의 뒤를 받치는 '2인자'에 불과하다.
◇원정경기의 핸디캡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 미국 응원단이 상대보다 많았던 경기는 코스타리카와의 결승전뿐이었다. 한국전 때는 때마침 미국프로풋볼 플레이오프가 겹쳐 성조기를 든 응원단이 간혹 눈에 띌 정도였다. 쿠바전과 캐나다전 때는 워낙 관중이 없었고, 엘살바도르전 때는 상대 응원단이 압도적으로 많아 원정경기를 치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미국에서 남자축구(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여자축구는 인기종목)는 비인기 종목으로 A매치가 벌어져도 관중이 많지 않다. 오히려 중남미 팀과의 경기에서는 상대 응원단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팀은 홈에서조차 사실상의 원정경기를 치르며 이에 단련돼 있는 셈이다.
로스앤젤레스=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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