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천시간 비행기록… 대한항공 김용숙씨 "하늘에서 정년을 맞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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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국내 여자 승무원 가운데 처음으로 2만5천시간의 비행기록을 세운 대한항공 수석 사무장 김용숙(金龍淑·51)씨.
1973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매년 평균 8백70여 시간 비행기를 탔다. 그의 비행기록은 지구 5백36바퀴를 돈 것에 해당한다.
이 회사 남자 승무원들 가운데서도 이를 뛰어넘는 비행기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다섯명 뿐이다. 미혼인 그는 "'결혼=퇴사'였던 초기의 사규와 빡빡한 일정 때문에 혼자 살아 왔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78년 8월 소련 상공에서 비행기가 미사일을 맞고 불시착했을 때의 일이다.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파리에서 출발해 앵커리지로 가던 비행기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무르만스크 호수에 불시착했습니다. 우리 승무원과 승객들은 이틀간 억류됐다 풀려났지요."
그는 "손님들이 서비스를 받고 흐뭇해 할 때 가장 기쁘다"며 "정년까지 5년간 열심히 일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1일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 안에서 金씨의 비행 기록을 기념하는 특별행사를 마련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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