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강경 치닫는 北·美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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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 내에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언급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를 국내용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낙관론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부시가 다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북한이 이에 "선전포고"라고 맞서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강경 기류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개발 국가를 테러국으로 보는 새 독트린을 내걸었다"며 "대북 인식은 예상보다 훨씬 강경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미 관계 악화의 파장을 우려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문제 등 남북대화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의선 연결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지난해 부시 대통령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비난 발언을 문제삼아 남북 장관급회담을 연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북·미간 냉기류에 대한 확대 해석은 경계한다. 미국의 대북 강경 입장이 테러전 확전의 신호가 아니며, 북·미간 성명전이 한반도 위기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간에 대북 시각차는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수출 문제를 개입정책을 통해 다루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로선 뾰족한 타개책이 없다는 게 고민거리다. 정부는 일단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의 한·미 외무회담을 통해 미국의 진의를 거듭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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