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엔진·발전기 '강소기업'…직원20명에 170만달러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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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환율 때문에 저만큼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제주시 화북공업단지에 있는 현대기계공업㈜ 김철빈(49)사장의 즐거운 비명이다.

직원 20명밖에 안 되는 이 회사가 환율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해외판매가 전체 매출의 70%에 달하는 수출기업이기 때문이다.

현대기계공업은 농수축산물 아니면 관광산업 일색인 제주 지역의 독보적 제조업체다. 선박엔진과 발전기를 만들어 지난해 15개국에 수출한 이른바 '강소(强小)기업'이다. 특히 일부 선박 엔진 분야에선 인천의 대기업 계열사인 대우종합기계㈜와 경쟁할 정도라 임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전남 여수 출신인 김 사장은 1976년 여수수산대(기관학과)를 졸업한 뒤 외항선 생활을 시작해 수석 기관사 등으로 일하며 세계 방방곡곡을 돌았다.

90년대 초반 국내 한 선박회사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다 가족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제주에 정착했다. 그리고 선박 엔지니어 경험을 살려 96년 창업했다.

제주는 제조업 생태계(인력.협력업체 등)가 덜 갖춰져 어려움이 많았다. 탁월한 품질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고 절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바닷물을 냉각수로 쓰는 선박엔진의 특성을 감안해 마진이 적더라도 내구성 강한 최고급 부품.소재만 쓰기로 했지요."

99년 한 고객 소개로 베트남에 엔진 샘플 몇개를 보냈다가 반응이 좋아 계속 수출하게 됐다. 지난해엔 50년 가까이 스웨덴 볼보 제품만 썼다는 칠레의 한 바이어와도 거래를 텄다.

김 사장은 2001년 해양수산부 등이 선정한 '신지식인'으로 뽑혔다. 2002년에 100만달러 수출탑을 받은 데 이어 올해 18개국에 170만달러어치를 수출해 연매출 30여억원을 기대한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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