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드시고 칼슘 보충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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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는 우리나라 농민에게 걱정거리다. 특히 쌀 시장 개방 협상에 우리 농촌의 사활이 달렸다. 충남 홍성군 결성면의 '생명연구회'라는 자그마한 자활 조직은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영농방법을 연구해 온 이 모임은 근래 적잖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손규원(52)대표 등 다섯명에 불과한 회원으로 칼슘(Ca) 성분이 일반 쌀보다 최대 5.5배나 많이 들어 있는 쌀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충북 영동대 바이오기술혁신센터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 같은 감정을 받아냈다.

농촌자원개발연구소에 따르면 1㎏ 분량의 쌀에 포함된 칼슘은 국산 일반미의 경우 평균 398㎎이다. 이번 고품질 쌀은 그것의 3~5.5배인 1111㎎(장대진씨의 논)~2170㎎(윤호석씨의 논)에 달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칼슘 섭취 권장량은 20세 이상 어른의 경우 700㎎이다. 하루 세끼(한끼 120g) 이 쌀을 먹으면 칼슘을 최대 780mg까지 취해 권장량을 넘어서는 셈이다.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의 김기종 박사는 "고칼슘 쌀밥을 먹으면 우유.멸치 같은 식품을 많이 먹지 않아도, 칼슘제 같은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칼슘 정량을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쌀은 지구상 최고의 주식(主食)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칼슘 함유량이 적은 편인 게 흠이었다. 국내 일부 초등학교에선 어린이들의 칼슘 부족을 덜기 위해 단체 급식 때 칼슘 강화제를 음식에 넣기도 한다. 이번 쌀에는 항암.항균작용이 뛰어난 사포닌 등 이로운 성분이 적잖게 함유된 것으로 추정돼 일본 등지에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재배법도 관심거리다. 유기 칼슘을 볏짚에 섞어 논에 흩뿌려 놓는다거나 물에 녹여 벼잎에 뿌리는 등의 방법을 썼다. 이 재배법을 쓰면 벼가 더 잘 아물어 불량 쌀이 크게 줄기도 한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생산량이 일반쌀보다 20%가량 더 나온다"고 말했다.

올해 2만평의 논에서 80㎏들이 고칼슘 쌀 300여가마를 생산한 농민들은 한가마에 40만원씩으로 일반 쌀의 두배 이상 비싸게 팔 예정이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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