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윤락가 대낮 화재…12명 질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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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0년 9월 화재로 5명이 목숨을 잃었던 전북 군산시 윤락가 주변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 윤락녀 등 12명이 질식사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29일 오전 11시10분쯤 전북 군산시 개복동 속칭 '개복 골목' 윤락가에 있는 유흥음식점 '대가'에서 불이 나 여종업원 11명과 남자 직원 1명이 숨졌다. 종업원 3명은 군산의료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부상이 심해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발생 경위와 현장=이날 불은 2층 슬라브 건물인 대가의 1층 출입문 옆에 있던 석유난로가 과열되면서 일어났다. 불은 음식점 1층을 모두 태우고 옆집인 아방궁주점으로 옮겨 붙었으나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관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니 1층에는 연기가 가득했고 2층으로 통하는 계단에 여종업원 등 15명이 의식을 잃은 채 뒤엉켜 있었다"고 말했다.

대가 건물은 한 층 면적이 30여평으로 1층과 2층에 쪽방 5개씩이 있다. 화재가 일어난 개복동 윤락가는 30~40년 전에 형성된 곳으로 술집 20여곳이 밀집해 있으며 재작년 9월 19일 화재로 윤락녀 5명이 숨졌던 대명동 '쉬파리 골목'과는 2㎞쯤 떨어져 있다.

◇ 사망자 왜 많아졌나=변을 당한 종업원들은 28일이 휴무일이어서 이날 새벽 5시까지 술을 먹고 1층 쪽방에서 함께 잠을 자던 중이었다. 이 때문에 불이 난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연기와 불길이 번지자 2층으로 대피하기 위해 한꺼번에 계단으로 몰렸으나 계단이 한 사람 정도만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비좁고 경사가 급해 넘어지면서 유독가스에 질식했다.

2층은 여러 개의 창문이 있었으나 보온을 위해 유리창 위에 스티로폼과 판자를 덧붙여 환기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근 주민들은 "재작년 대명동 윤락가 화재사건과 마찬가지로 단속을 피하기 위해 화재 방지 시설이나 환기시설 등을 전혀 갖추지 않은 채 불법.퇴폐영업을 해오다 참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 수사=경찰은 주택으로 허가난 대가 2층에서 20여명의 종업원들이 기거하고 있었던 점을 중시, 불법 영업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 음식점의 주인 李모(39)씨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한편 군산시는 송웅재(宋雄宰)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분향소를 소룡동 장례식장에 설치했다.

군산=서형식.장대석.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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