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소아과의사서 박물관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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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소아과 의사가 도자기 박물관을 열겠다니까 모두들 웃었지요."

대전시 서구 도마동에서 '동산 도기(陶器)박물관'(http://dongsan.museum.gg.ro)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복(李正馥.49)씨.

李씨는 몇년전만 해도 의학박사 학위를 가진 개업의(開業醫)였다. 그런 그가 12년간 운영해오던 동네병원의 문을 1998년에 닫고 박물관장으로 변신했다. 박물관에는 2천여점의 토기 등 전래 민속품이 소장돼 있다.

"고향인 부여의 밭과 야산에서 백제시대 토기와 기왓조각을 수없이 보고 자랐어요. 그 때마다 옛 사람들의 체취를 느끼고 야릇한 기분에 빠져들었지요."

그는 병원을 연 뒤에도 휴일마다 전국을 돌며 민속품을 수집했으며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땅에 박물관을 세우고 병원을 그만두었다. 그 뒤 국립현대미술관.문예진흥원 등을 찾아 박물관 지식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99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옛 화로(火爐)와 관련한 책을 펴냈다.

지난해 가을엔 '질그릇, 그 살결과 숨결'전을 열었다. 전시 기간 한달 가운데 나흘간 대전시청에서 질그릇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전시했다.

李씨는 이같은 박물관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문화관광부에서 정(正)학예사 자격증을 받았다.

"전시공간(1백30여평)이 좁아 넓은 곳으로 옮기려고 해요. 교육공간도 갖춰 '체험하는 박물관 학교'를 열고 싶습니다."

그는 요즘 일주일에 사흘씩 한 병원에서 '아르바이트 의사'로 일한다. 유물 수집비와 박물관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일요일만 빼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박물관의 문을 연다. 관람료는 받지 않는다. 042-534-3453.

대전=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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