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 총리, 간 나오토 대세론에 돌발 변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새 일본 총리 자리를 놓고 겨루는 민주당 대표 선거가 간 나오토(菅直人·64) 부총리 겸 재무상과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그룹이 미는 것으로 알려진 50대 의원 간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입후보가 예상됐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3일 간 부총리 지지를 밝히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3일 낮까지 간 부총리가 무투표 당선될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루도코 신지(樽床伸二·51) 중의원 환경위원장이 이날 오후 늦게 갑자기 부상하면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간 부총리 지지 의원들은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장(하토야마 총리)이 물러나면 부사장(간 부총리)이 사장직을 이어받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느냐”며 ‘대세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서 다루도코 위원장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교체에 이어 민주당에도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며 대항마로 나타났다. 결국 차기 총리는 하토야마와 동반 퇴진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최대세력을 이끌고 있는 오자와 개인의 의중에 따라 낙점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자와 의중이 막판 변수=민주당은 의원들의 개인적 인연이나 성향에 따라 8개 그룹으로 나눠져 있다. 열쇠를 쥔 오자와 그룹엔 민주당 전체 중·참의원 의원 423명 중 150명이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총선에서 오자와의 선거 수완 덕분에 당선된 ‘오자와 칠드런’이 대거 영입되면서 최대세력이 됐다.

오자와는 하토야마와 함께 불명예 퇴진한 만큼 몸을 낮추고 있어 ‘간 총리’라는 대세를 막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이날 오자와 간사장의 측근 의원 그룹이 다루도코를 적극 지지하기로 했지만, 단체행동보다는 의원들의 자율 의사에 맡기기로 했다고 NHK가 전했다. 하지만 투표 직전까지는 오자와가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차세대 주자들 ‘반란’ 시도=이날 다루도코 위원장을 지지하는 의원들 40명은 모임을 갖고 “하토야마 내각에서 부총리를 지낸 사람이 승진하는 형식으로 총리로 취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바뀌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루도코를 후보로 옹립했다.

대중에게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다루도코는 일본의 정·재계 지도자 양성기관인 마쓰시타(松下) 정경숙 출신으로 민주당 내 보수파로 분류된다. 1993년 일본신당 소속으로 중의원 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래 신진당 등을 거쳐 민주당으로 적을 옮기며 중의원 5선 경력을 쌓았다. 당내 중견·신진 의원들의 ‘맏형’ 역할을 하면서 “언젠가는 총리를 하겠다”는 꿈을 꾸며 정계로 두터운 인맥을 구축해 왔다. 이에 힘입어 2003년에는 민주당을 이끌고 갈 차세대 리더들의 모임인 ‘7인의 사무라이’에 포함됐다. 이들은 96년 민주당 창당 이래 당을 이끌어 온 ‘하토야마·오자와·간 트로이카’의 뒤를 이을 차세대 리더의 모임이다. 그러나 그는 오자와 간사장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루도코는 오자와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친오자와냐, 반오자와냐는 관계가 없다. 어느 그룹에 있든 그걸 초월한 동료”라고 말했다.

다루도코는 독도를 행정구역에 포함시킨 시마네(島根)현 출신으로 오사카(大阪)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부친은 재봉 근로자로 ‘세습정치인’과도 무관하다. 시각장애인인 조부로부터 “장애가 있어도 자신의 발로 서서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계기로 ‘노력이 보상받는 사회’를 만드는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

◆양원 의원총회에서 선출=다수 여당이 내각을 구성하는 일본에서 총리가 되려면 먼저 제1당의 대표로 선출돼야 한다. 이번에 경선에 출마하는 후보는 동료 의원 20명 이상의 추천서를 4일 오전 11시까지 민주당 소속 중·참의원 양원 의원총회에 제출해야 한다. 경선은 이날 민주당 소속 중의원 의원 307명, 참의원 의원 116명 등 423명의 투표로 진행된다. 민주당 대표 선출 직후 전체 의원들이 참석하는 양원 회의에서 총리 지명 선거가 실시된다. 민주당은 7일 새 내각을 출범시킬 방침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일본 민주당 계파별 중·참의원·의원 수 (단위:명)

◆ 친 오자와계

■ 오자와 이치로(간사장) 그룹 150  ■ 하토야마 유키오(총리) 그룹 70

■ 간 나오토(부총리) 그룹 50     ■ 구 민사당 그룹 40

■ 구 사회당 그룹 30         ■ 하타 쓰토무(전 총리) 그룹 15

◆ 비 오자와계

■ 마에하라 세이지(국토교통상) 그룹 40

■ 노다 요시히코(재무부 부대신) 그룹 30

■ 무파벌 1 (오카다 가쓰야 외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