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반한 한국<5> 영국인 교수 배러터의 과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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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내 만나게 해준 여유 넘치는 공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가족과 함께.소피가 서울대공원을 너무 좋아해 이번 한국방문때엔 네번이나 동물원에 갔다 .

한국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곳만 골라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경기도 과천을 선택할 것이다. 과천과 나의 인연은 1997년부터 이듬해까지 이곳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시작됐지만 한국인 아내를 만난 곳이기도 하기에 나에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물론 과천은 누구에게 추천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는 도시다. 한국에서 왜 과천이 최고인지 내 얘기 한번 들어보시라.

먼저, 과천의 위치와 자연경관을 꼽을 수 있다. 과천은 서울과 아주 가까이 있지만, 서울보다 사람도 훨씬 적고 교통체증도 덜하고, 고층빌딩도 적다. 수도 서울과 다르게 여유 있는 삶의 속도를 누릴 수 있는 도시가 과천이다. 도시 뒤편으로 산도 있고, 도시 곳곳에 널찍한 공원도 있어 야외에서 마음껏 자연을 즐길 수도 있다. 가족이 있는 외국인이라면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아이와 함께 과천의 고요함과 자연을 즐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무엇보다 과천은 가족 친화적인 도시다. 과천이 가족 친화적인 도시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장소가 있다. 지하철 서울대공원 역이다. 서울대공원 역에서 지하철을 내리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다. 나는 미국에서 살기도 했고 유럽의 여러 지역을 둘러보고 다녔지만, 동물원(서울대공원)·미술관(국립 현대미술관)·놀이공원(서울랜드)·과학관(국립 과천과학관)이 과천처럼 한 곳에 모여 있는 도시를 본 적이 없다.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하루라는 시간이 생겼다고 가정하자. 과천에 가면 부모는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고, 아이들은 동물원에 가면 된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상관없다. 서울랜드로 가는 길이었는데 비가 갑자기 왔다? 그러면 실내에 있는 국립 과천과학관이나 국립 현대미술관에 가면 된다. 영국에선 동물원 가는 길에 비가 오면 그날 하루는 그냥 망친다.

서울대공원은 동물의 숫자와 종류도 대단하지만, 뱀을 직접 만지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체험거리도 훌륭하다. 입장료도 저렴하다. 성인 2명과 아이 2명이 1만원 정도면 충분하다(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영국에서 우리 가족이 집 근처에 있는 체스터동물원을 간다면 약 55파운드, 그러니까 원화로 10만원이 넘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금액 차이가 열 배가 넘는다. 서울대공원은 내 딸 소피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과 벗하며 가족과 즐기기에 딱이죠

과천은 세계적인 가족나들이 명소다. 동물원 · 미술관 · 과학관이 한 동네 안에 모여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드물다 . 국립 과천과학관 자연사관 모습. [중앙포토]

마지막으로 과천에서 꼭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다. 서울 경마공원이다. 사실 경마공원이 아이를 위한 곳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틀렸다.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자연환경 속에서 가족 단위로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서울 경마공원은 손색이 없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빌려 탈 수도 있고, 운동장에서는 마차도 탈 수 있다. 봄이면 덤으로 벚꽃까지 감상할 수 있다.

나에겐 지금 세 살짜리 딸 소피가 있다. 소피가 있어 가족 친화적인 도시 과천은 더 특별한 곳이 됐다. 과천은 아이가 놀며 배울 수 있는 아주 안전한 환경이 조성된 도시여서다. 나중에 우리 가족이 한국에서 살게 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과천을 선택할 것이다.

정리=손민호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알렉산더 M 배러터

1971년 미국 출생. 미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생활했다. 1997~98년 경기도 과천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다 한국인 김은경(35)씨를 만나 결혼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학위는 영국에서 취득했다. 현재 영국 맨체스터 대학 교수로 교육대학 LLC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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