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드라마 사극의 허와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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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태조 왕건’ ‘여인천하’ ‘명성황후’ ‘상도’ 등 방송 3사의 사극(史劇)이 인기다.

사극은 교양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특성상 재미를 곁들이는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해 전달할 수도 있는 등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이 사극 내용을 모두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일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제7차교육과정에는 중학교에 역사과목이 개설되지 않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야 고대∼중세사를 배운다.그나마 2학년 학생들의 경우 역사과목은 선택(근대∼현대사)인 실정이다.사극을 제대로 보는 방법을 알아본다.

◇ 사극의 허와 실

KBS는 '태조 왕건'의 후속 드라마로 광종의 북진정책을 다룬 대하사극 '제국의 아침'을 3월 2일부터 방영한다. 그리고 앞으로 10년간 고려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계속 내보낼 계획이다.

사극의 사전적인 뜻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서 소재를 빌려온 희곡 또는 연극'이다.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문화와 개성있는 인물들을 등장시키기 때문에 교육효과가 큰 게 사실이다.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역사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장점도 있다.

최근 안방극장의 인기 사극들은 후삼국부터 조선시대 까지의 생활상 등을 다양하게 보여주며 사건과 인물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라는 한정된 틀 안에 역사적 사실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으며, 시청률 등을 의식해 허구적인 에피소드를 넣을 수도 있다. 역사적 사실에만 매이면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등장 인물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평가 절하할 경우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은 시청자들은 작가의 의도대로 글려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시청률이 높아질 경우 예정했던 방영 일정을 고무줄처럼 늘이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말 끝내려던 '태조 왕건'이 2월까지 방송되고, 50부작 예정이었던 '여인천하'도 4월까지 연장돼 1백20회를 넘기게 된다. 시청률에 집착해 횟수를 늘리다보면 그만큼 사실을 왜곡할 개연성이 커진다.

◇ 활동 주제

①오늘 신문에서 나중에 역사 교과서에 기록되거나 사극의 소재가 될 만한 기사를 찾아 타블로이드판 한쪽 분량의 역사신문을 만든다.

②사극에선 생소한 과거 직함이 자주 등장한다. '태조 왕건'에서는 이찬.파진찬, '여인천하'에선 승후관.상궁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직책을 맡은 사람들은 당시 어떤 일을 했고, 오늘날 어떤 직책에 해당하는지 비교한다.

③자신이 시청하는 사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추정).직업.성격 등을 표로 만들어 분석한다(방송국 홈페이지 참조). 그 다음 그 인물들이 역사엔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사료(史料)를 참고해 정리하고, 사극의 배경 사건들도 찾는다. 자신이 작가가 되어 인물의 성격을 바꾸는 작업도 해본다.

④정릉이나 태릉 등 사극에 나오는 장소를 답사해 역사의 체취를 느껴보거나, 드라마 촬영장을 방문해 제작 과정을 살펴보자(답사 장소 정보 사전 조사→준비 과정 일지 만들기→기본 자료 만들기→사진 촬영→답사 후기 쓰기).

⑤영화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등에 나오는 소품을 흉내낸 캐릭터 상품이 인기다. 사극에 등장하는 소품 가운데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 제작부터 가격 책정, 홍보.판매전략 등을 세워보자.

⑥자신이 시청하는 사극 가운데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을 찾아 바로잡는다.

⑦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하지만 창작물의 특성상 각색은 불가피하다.그러나 그 토대는 어디까지나 사실이어야 한다.

중앙일보 2001년 12월 18일자 46면엔 TV 사극들이 시청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역사를 왜곡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급우들끼리 비평가와 연출자(PD) 두개 모둠으로 나누어 특정 사극에 대해 토론한다. 토론 후 비평가 모둠은 비평의 글을, 연출자 모둠은 연출 의도와 비평가 모둠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방어하는 글을 마련한다.

그 다음 두 모둠을 합쳐 글과 입장을 살펴본 뒤 교육적 차원에서 사극의 허구적 요소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토의해 접점을 찾는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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