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예산 1% 북지원' 심층 분석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연초에 중앙일보는 '업그레이드 코리아'를 위한 10대 국가과제를 선정하고 그 둘째 과제로 '정부예산 1% 대북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남북간 진정한 화해협력과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선 획기적이고 체계적인 대북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지난주 중앙일보는 이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1월 17일자의 첫 제안에 이어 21일자.24일자 등 3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싣고 이 제안에 대한 여론도 다각도로 살펴보았다.

인터넷 사이트 독자 토론란의 의견들을 소개했고(24일자 7면), 여야의 대선주자 10명의 입장도 실었으며(25일자 4면), 국민 7백91명을 대상으로 한 중앙일보 자체 여론조사의 결과도 보도했다(26일자 1면). 대체로 찬성하는 쪽이 약간 많다는 논조였다.

그런데 이 제안은 워낙 중대한 문제이고 복잡한 변수가 매개된 사안이기 때문에 중앙일보가 기획기사를 끝낸 다음에도 남은 문제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이 주제에 관한 시리즈를 빠짐없이 읽은 독자들도 예산 1%, 즉 1조6백억원 또는 8억달러에 상당하는 액수의 대북 지원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이번 기획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국민적 합의를 얻는 문제다. 금강산 관광을 통한 연간 1억달러 정도의 지원과 인도주의적 차원의 식량.비료 지원에 대해서도 퍼주기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회에 초당적 통일 논의 기구를 구성하자는 안(24일자 5면)도 제시했으나 여야가 만나 합의를 한다고 해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민족적.국가적 차원에서 냉철한 손익계산을 해야 국민이 수긍할 수 있고 진정한 합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북한에 들어간 돈이나 식량이 북한체제에 어떠한 기능을 했는지를 국민들이 알아야 국민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대북 식량지원이 북한 주민들의 대규모 아사를 완화한 측면도 있고 북한 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한 측면도 있지만, 이런 긍정적 효과와 함께 배급체계 붕괴 후 식량 구입을 위해 흩어졌던 통제요원들이 우선적으로 식량배급을 받고 사회통제라는 본연의 임무로 되돌아와 결과적으로 북한체제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선주자의 입장을 다룬 기사(25일자 4면)에 나온 대로 사회복지와 실업 등 국내문제에 투자하는 것이 우선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예산 1%를 과학기술 등의 국내부문에 투자하는 것과 북한에 지원하는 경우의 효과를 단기적.장기적 차원에서 다각도로 비교.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원 방식에 따른 효과의 차이를 분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예산 1%를 북한에 지원할 때 현금으로 줄 것인지, 현물로 줄 것인지의 문제다.

국제정치적 시각에서 볼 때 현금지급은 어려울 것이다. 또한 예산 1%를 지원할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에 일괄적으로 전달할 것인지, 아니면 남한의 지자체와 북한의 단위 행정구역간에 자매결연을 해서 다방면적으로 지원할 것인지, 또는 발전소.철도 건설 등 프로젝트별로 지원할 것인지에 따라 통일 과정과 이후에 미칠 효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날 것이다.

식량 지원을 하더라도 중앙정부에 전달하는 것과 지방정부 또는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차이가 크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의 차이가 효과 면에서 상호주의 관철보다 더 의미가 있다.

이 문제는 이미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이며 중요한 현안이 됐다. 중앙일보가 화두를 꺼낸 이상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분석기사를 내놓기를 기대한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